<중국이 싫어하는 말> 정숙영 저자를 인터뷰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미래의 펭귄입니다. 요즘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정치 이슈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이슈가 뜨거운데요. 일본과의 관계,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는 우리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할 거리에 주둔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면서, 이번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국가 홍콩의 하나였던 언론이 두 갈래로 나뉘었고, 홍콩 시민들은 자유, 독재 두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홍콩 이민자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홍콩 시위의 바탕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싫어하는 말>의 정숙영 저자를 인터뷰해보았습니다.
홍콩인의 신경을 자극한 도화선
중국 정부는 1997년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앞으로 50년간은 홍콩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150년간이나 영국 통치를 받았는데 급작스럽게 사회주의 체제에 편입시키는 건 서로에게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 ‘일국 양제’, 즉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두 종류의 체제를 보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권 회복 후 중국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정부 비판적인 홍콩 언론인이 테러를 당하고, ‘불온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관계자들이 줄줄이 정부에 의해 납치 구금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언론 길들이기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왔습니다. 애초에 ‘홍콩 통치는 홍콩인이 하라’고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홍콩인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도적으로 야당 인사는 아예 지도자로 입후보되는 가능성을 차단해서 어느 후보자든 중국 입맛에 맞는 친중 인사만 선출되는 구조입니다.
갈등을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조례’ 추진
또 교과서에 공산당 일당 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넣으려고 시도하면서, 여러 면에서 ‘국가 의식’보다는 개인의 ‘시민의식’이 더 강한 홍콩인들의 강한 불만을 낳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본토인이 홍콩에 밀려들면서 부자는 부자대로 홍콩 아파트를 사들이고, 저소득층은 저소득층으로 임대 아파트에 몰려들면서 많은 홍콩인들은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본토에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 추진은 그야말로 홍콩인의 신경을 자극한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사안에 따라 본토로 범죄인을 넘겨줄 수도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이 법안은 ‘홍콩 자치권 훼손’을 가장 경계하는 홍콩인의 심리적 레드라인을 건드린 셈입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관통하는 핵심
고통스러웠던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일수록 현재 더 큰 금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중국인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외국 패션 브랜드를 향해 ‘모욕당했다’고 거세게 항의하거나, 우리가 그린 (한눈에 봐도 비호감스러워 보이는) 변발 중국인 삽화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세계 최강자였던 청이 한순간 서구 열강에 짓밟히다 동네북이 되었던 기억을 소환합니다.
처절한 국민당과의 내전으로 ‘피 흘리며’ 이뤄낸 중국 통일인데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간주하는 표현은 용납하기 힘들며, 권력자까지 거리로 내동댕이치고 자식이 부모를 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한 문화대혁명의 참담한 기억은 여론이 극단적인 한 방향으로 흘러 과격해지는 것을 몹시 경계하는 심리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우리가 한때 중국 보다 잘 나가던 시절을 보냈던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중국을 낮추어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 사 드문 제가 한창일 때 한 국회의원이 중국의 조치에 흥분하면서 말한 ‘11억 중국 거지떼’ 발언이 대표적이죠. 정말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이제 갓 스무 살 정도 된 대학 신입생들에게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더니 ‘부자’ ‘강대국’ ‘맛있는 음식’ 등 긍정적인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중장년층이 흔히 생각하는 ‘불결’ ‘짝퉁’ ‘후진국’같은 부정적인 옛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한때 만만디라고 불렸던 중국이 이제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보기보다는 현재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이것이 중국에 대한 편견과 우월의식을 벗어나는 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