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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의창 Nov 04. 2019

단골 가게에서 나눈 '작은 가게' 이야기

미래북살롱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feat. 저자와의 만남)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 같은 존재, 작은 가게. 

단골 가게를 가지고 있나요? 여러분에게 '작은 가게' 란 어떤 의미일까요?



점점 사람의 서비스는 사라지고, 기계가 대체하는 소비 현장, 소규모 상점들의 창업과 폐업률이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에서, 작은 가게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오래된 작은 가게를 좋아하고, 작은 가게의 경영 철학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마케팅 에세이스트 정나영 저자는 책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에서 작은 가게의 유지와 생존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대형 프랜차이즈를 이기는 '작은 가게'만의 경쟁력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10월, 두 번째 미래북살롱 회원님들과 함께  
어떻게 한 가게의 단골이 되시는지, 특별한 관계를 맺은 추억은 무엇인지 

작은 가게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사진 = 미래북살롱 원영 님

 



나는 왜 그 가게가 좋을까?
자주 찾게 되는 작은 가게의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드는 '관계'


미래의펭귄이 자주 가는 합정역 회사 근처의 단골 카페! @황금나무커피 에서 미래북살롱 모임이 열렸습니다.점심을 먹은 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더라고요. 핫플레이스답게 합정홍대 근처에는 카페가 진~~짜 많고, 쏘다니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미래의펭귄은 그곳만 유독 가게되는 이유가 대체 뭘지, 책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을 읽으며 곰곰이 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다양한 음료 메뉴, 착한 커피 가격, 아늑아늑한 공간에 잔잔한 노래가 흐르는 고요한 분위기 등 좋아하는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중 베스트 이유를 꼽아 보니 뭐니뭐니해도 카페를 오갈 때 마다 웃어주시는 주인 분들이 계셔서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 친절한 주인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계속 찾게 되더라구요~ 그런 장소, 다들 몇 군데가 떠오르시나요? 



'관계'에서 답을 찾다


미래북살롱 독자님들과 그렇게 각자의 단골가게를 함께 공유하며, 자주 찾게 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위 질문의 공통적인 대답은 '관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단골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하다가, 오늘의 깜짝 게스트!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저자님이 등장하셨어요! 서프라이즈 저자님 초청이었기에 미래북살롱 회원님들도 놀라며 즐거워해주셨는데요.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작은 가게' 의미와 책을 쓰게 되신 이유, 독자님들이 느끼는 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님에게 '작은 가게'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라고 해요. 집, 일터가 아닌 곳에서 마음을 놓고 보낼 수 있는 공간. 본인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히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하셨어요. 잠시 조용히 나만의 세계에 빠질 시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럴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발견하는 일에 작은 가게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저자님의 낭독' 

: 나를 위한 손글씨 크리스마스 카드



조지아 주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다. 내가 살았던 에덴스는 더더욱 그랬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은 매우 낯선 풍경이었지만 추위에 약한 나는 이내 적응했고 그리 춥지 않은 날씨를 즐겼다. 겨울에도 햇볕이 따사로운 날이 많은 곳이었다. 어느 해 겨울, 크리스마스 즈음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침나절부터 투스토리 커피하우스를 향했다. 이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투스토리 커피하우스는 늘 그렇듯 공부하는 학생들로 북적였지만 가정집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아늑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늘 1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거리로 난 창가보다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뒷마당쪽으로 난 창가가 창도 크고 바깥을 내다보기에도 좋았여느때처럼 커피를 주문하러 직원이 있는 프론트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직원은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싱긋 웃는다. 그리고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카푸치노?” 라며 주문을 넣고는 다시 한 번 살짝 웃어보인다. 편안했다. 나는 늘 그렇게 8온즈짜리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커피 맛은 이만한 곳이 없었다. 모두들 투스토리 커피를 사랑했다. 에덴스에 두 개의 매장을 둔 투스토리 커피하우스는 이 도시의 로컬 커피숍이었다. 


학교의 북쪽 다운타운에 있는 스타벅스는 로컬 커피숍인 투스토리 커피하우스나 지터리조에 맥을 못추는 듯했

다. 지터리조가 더 인기가 많지만 내게는 투스토리 커피하우스의 부드러운 커피 맛이 더 잘 맞았다. 미국의 중소도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로컬 커피하우스를 선호한다. 자그마한 트레디셔널 카푸치노를 한 잔 시키고 계산대 앞에 놓인 유리 그릇에 팁을 놓아둔다. 여기는 어디나 이 도시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니 어른들이 커피 한 잔을 시켜도 꼭 적지 않은 팁을 내놓는다. 공부하며 일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다. 이날은 주문을 받으면서 직원이 내게 말을 건넸다.


“참, 문 앞에 놓인 책장에 한 번 가보세요. 놀랄 일이 있을거에요.”


거리쪽으로 난 투스토리 커피하우스의 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책장이 하나 있었다. 평소에는 늘 투스토리 커피하우스의 티셔츠가 가장 넓은 중간 선반에 사이즈별로 쌓여 있고 그 윗칸에는 투스토리에서 직접 볶은 공정무역 커피들이 재활용된 종이 봉지에 담겨 있었다. 그 책장은 늘 그렇게 여유있는 듯 무엇인가가 들어차 있었다. 거기에 나를 위한 것이 뭐가 있을까, 의아해하며 책장으로 가보니 책장에는 티셔츠도, 잡지도 없었다. 깨끗이 치워진 책장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각각 적힌 빨간색과 은색 카드 봉투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이십여 개쯤 되는 봉

투 가운데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하나를 발견했다. “나영” 작고 반짝이는 검정색 머그잔에 든 커피와 내 이름이 적힌 은색 카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다. 한 손으로 잡기에도 충분한 8온즈짜리 머그잔을 두 손으로 들고 커피향을 음미해본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이름이 적힌 은색 봉투를 열어보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봉투에 비쳐 더 반짝거린다. 안에 든 빨간색 카드를 꺼내 열어보니 손으로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를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쿠폰도 들어 있다. 나와 아이들을 위해 커피와 코코아를 준비하는 것이 즐겁고 고맙다는 내용의 손글씨가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 기분


저자님의 낭독으로 그 순간의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더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가게가 더 오래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공간과 사람, 관계가 만들어나가는 작은 가게 이야기.

늘 그냥 스쳐 지나갔던 동네의 작은 가게들,

오늘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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