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지난여름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깼는데 좋아하는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나의 글이 브런치 인기글에 떴다고 캡쳐 화면과 함께 소식을 전해주셨다. 6월 정도부터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간에!), 정말 간간히 인기글에 뜬 적이 있기는 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이 글은 지난 4~5개월 간 올렸던 글 중에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글이었던 것 같다.
얼마 뒤에 다시 알림 글이 떴다. 0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잘못 보였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아무리 세어보아도 10만을 넘었다. "오빠, 내 글이 조회수가 10만이 넘었어!" 신기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어떤 포인트가 많은 공감대를 샀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왠지 그 날은 그 느낌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 활동을 할 때는 방문자수가 가장 많았던 적이 하루에 350~450명 정도였다. 네이버 블로그는 조회수에 대한 알림은 뜨지 않는 편인데, 브런치는 조회수로 알림을 준다는 것도 신기하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글을 이렇게 쓴다고 해서 내가 평소에 매일 조회수와 방문자수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의 첫 번째 목표였다. 초보 작가에게 조회수는 지금도 여전히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조회수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내가 정말 전달하고 싶은 주제의 글 내용이 왜곡되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정말 관심 있고 전달하려고 했던 글의 주제는 '언어치료', '가정에서의 언어 촉진 방법',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짧은 서평이었다. 그런데 조회수는 나의 관심사에 정비례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조회수가 1000을 넘었던 글들을 분석해보자면,
1. '엄마'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은 글 : 이는 특히 엄마가 된 이후에 변한 삶의 패턴, 사회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 아이를 낳기 전의 삶과 현재의 삶의 차이점을 담은 내용의 글들이었다. 특히, 공감을 많이 받았던 주제는 무엇보다 '엄마가 된 이후 삶의 변화'였다. 어쩌면 결혼 이후의 삶의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주제의 글에 대한 많은 조회수가 뜻하는 것은 사회가 많이 변한 듯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 유부녀의 목소리, 엄마의 목소리를 내기엔 우리 사회는 제한점이 많다는 의미 아닐까. 당장에 유튜브나 tv 채널 한 곳만 무작의로 들어가 보아도 공감할 것이다. 연애의 장면은 너무나 화려하고, 예식장에 들어가는 신부의 모습은 세상 천사가 따로 없지만, 임신, 입덧, 출산, 육아의 과정과 매일 이어지는 고뇌의 순간들은 영상 안에 담기가 불가능하다. 드라마에서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며 지지고 볶아가며 육아하는 장면이 마지막 회에 넣어진 이유 또한 있을 것이다.
2.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고민(특히, 워킹맘의 관점에서) : '아이의 언어발달'은 말이 거창하게 들리는 듯 하지만 결국 일반적인 말로 바꾸자면 '아이의 말'이다. 말이 언제 트이는지, 얼마나 말을 하는지, 문장 길이가 어떠한지, 단어 사용은 어떠한지, 결국 아이가 산출하는 '말'이 곧 아이의 언어발달이 된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근무하는 소아정신과에 언어평가가 의뢰된 아이들이 정말 많았고 신기하게도 부모님들은 대부분 맞벌이셨다. 나 또한 워킹맘이었기에 워킹맘과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상관관계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킹맘, 맞벌이 부모님들께 보다 현실적인 언어촉진법을 안내하고 싶었다.
아가씨 시절엔 '가정에서 퇴근 이후에 하루 30분씩 꼭 언어 자극을 제공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내가 퇴근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은 길어야 10분인 때도 있으니까.(사실, 요즘도 종종 그런 것 같다). 이론적인 내용만 잔뜩 전달하는 작가이기보다는 친근한 작가로 다가가고 싶었다.
3. 그림책 소개 & 책 리뷰 : 이 부분은 그냥 내가 '좋아서' 올리는 글이다. 그림책 덕후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나는 이 그림책에서 이런 인생의 일부분을 발견했다는 자랑이 담겨있기도 하다. 조회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림책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림책은 출판사에서 영업을 위해 이용하는 수단이거나(전집), 언어치료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아직 브런치에서 어떠한 주제의 글이 조회수를 높이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브런치 내에서 읽히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다음이나 카카오 탭에 내 글이 소개될 때 조회수가 가장 높아지는 것 같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럼 어느 주제의 글이 언제 탭에 노출이 되느냐! 이것인데. 이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고 하다 보면 나는 그림책에 대한 글도, 언어치료에 대한 글도 내 소신껏 올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글이 좋아서, 글쓰기가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글로 소개하는 것을 좋아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글을 쓰면서 늘 마음 한 편으로는 '내가 출판사 제의를 받게 될 수 있을까? 그럼 어떤 주제의 책을 낼 수 있을까?' 김칫국 마시는 고민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작가 활동 6개월도 되지 않아서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는다면 이는 정말 작가의 운명이 타고난 것일 테니.
나는 나의 본업인 '엄마, 언어치료사, 그림책 덕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글을 쓰는 이 시간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없었더라면, 올 상반기 끝자락은 코로나 블루로 가득 차서 큰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그 공간이 브런치가 될 수 있음에,
'작가님' 호칭을 들을 수 있음에,
그 자체만으로도 그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