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만으로도 참 즐거운 일.
올 해는 유독 독립서점이나 동네 책방(같은 말인가?)을 자주 갔었다. 출판된 책들을 소개하는 문장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작가"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와는 다소 거리가 먼 문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에 성공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내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브런치 앱에 들어가자마자 올해도 브런치북 출판 작가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보았다. 일단 지원은 해보는 것으로 결정. 사실, 큰 고민 없이 지원하고 그동안 쓴 글 30개를 모았다. 너무 깊이 고민을 하거나, 글 하나하나를 수정하기엔 시간이나 에너지가 많이 들 것 같았다.
수정에 쓰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아깝지는 않지만, 그 글을 처음 적었을 때의 내 마음이 글을 수정하면서 왜곡되거나 거짓말로 적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았기 때문에, 수정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았다.
그저, 응모한 것 자체로 책 출판에 대한 하나의 공부가 되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몰두를 했더라면 밤새 목록 수정을 하고 욕심을 갖고 전투적으로 노트북 앞에만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글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의 진심이 더 깊이 전달되는 경우가 그동안 적었기에, 욕심을 내려놓았다.
브런치북의 제목도 거의 '가제' 수준이다. 언어치료, 육아, 무엇보다 그림책을 담은 제목을 탄생시키고 싶었는데, 그냥, 나는 정말 '그림책 읽어주는 언어치료사'였다. 더 이상의 어떤 수식어나 의미심장한 말을 담기엔 나의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브런치는 글을 쓰는 순간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을 주는 공간이다. 육아에 있어서, 결혼 생활에 있어서, 받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들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 열려있는 듯 열려있지 않은, 나의 지인들에게도 잘 쏟아놓지 못하는 속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나 또한 정말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어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글은 그 순간을 즐기고 꾸준히 써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중에 엄마, 언어치료사, 그림책을 주제로 책을 출간한 작가들이 많아졌다. 단 10%의 차이점을 나는 어떻게 드러낼 있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명절, 결혼한 이상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일 텐데. 9월의 마지막 날 아침, 신랑과 아이에게 떡 심부름을 시키고 이렇게 식탁 의자에 앉아서 잠시나마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