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잘 가고 있는걸까.

<100 인생 그림책, 20대의 나와 비교해보기>

by 말선생님

그림책 전문가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100 인생 그림책>. 사실, 작년부터 알게 된 책이지만 가격이나 두께가 늘 마음에 걸려서 책장으로 가지고 오는 것을 미루었던 책이다. 구입하고 나서 보니 그리 비싼 가격도 아니었는데. 꼭 사고 싶은 그림책은 정작 사려고 서점에 가면 다른 그림책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뒤늦게야 내 책장으로 데리고 온 그림책.


언제부터인가 그림책을 지하철에서 읽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유치하게 생각하면 어쩌지?'이런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 지하철에서 내가 무슨 책을 들고 읽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전히 나는 관종인 것인가.


내 나이에 해당되는 페이지를 먼저 찾아보았다. 서른셋. 저 장면은 2년 전의 장면인 듯 하지만 아이에게 온 시선과 마음이 가 있는 것은 얼추 비슷한 것 같다. 아이 때문에 일찍 잠을 자지 못하는 것, 아이가 잠이 든 이후에야 이렇게 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해 내 잠이 부족해지는 것은 익숙한 듯 여전히 육아에 있어서 피로도를 가장 높인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잠이다. 때로는 남편과의 불화가 육아의 적이 될 수도 있지만 남편과의 불화도 나의 컨디션 조절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때의 나는 공부에 파묻혀 살기도 했지만 20대 후반에야 시작한 연애로 잠시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살아갔던 것 같다. 때로는 남자 친구의 사랑을 한가득 받는 여주인공으로, 때로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때로는 부모의 반대 속에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는 여주인공으로 다시 모드를 전환해가면서.


직장 안에서 아줌마 선배들의 넋두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어리바리한 20대의 젊은 이미지가 좋았고, 기가 세서 사회 복무요원들의 기피 대상이 된 누군가를 보며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20대는 그냥 그런 때인 것 같다.


화장을 진하게 하면 진하게 하는 대로 피부가 잘 흡수해주고, 자연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그대로 예쁜 나이. 언제가 어떤 유튜버가 고스펙의 여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20대라고 한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20대는 그만큼 예쁜 나이다. 내가 20대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많은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겠지만, 예쁜 나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의 자유로움이 20대를 더 빛나게 만들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30대가 넘어가면 누군가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싱글이더라도 결혼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아직까지는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30대 초반. 잘 가고 있는 걸까? 일과 아이를 챙기는 것의 경계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때로는 20대들을 보면서 자존감이 급 하락할 때도 있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아이 엄마가 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악담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인생을 알아가는 것 같다.


결코 삶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특히나 상대방의 마음은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 어제 눈물로 마음을 나눈 사람도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환경이 달랐지만 SNS 언팔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세상에 진짜 나를 생각해주는 찐 인연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단둘이 살 때는 무인도에서도 무엇이든 다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패기가 넘치지만 임신을 알게 된 순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 끼 식사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육아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서른 셋, 나의 삶을 그림책을 통해 다시 점검하게 된다. 잘 가고 있는걸까. 100세, 아니 80세가 되어서, 70세가 되어서, 10년 후에라도 지금을 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선택들이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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