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을 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필요한 그림책.

네가 일등이야, 그렉 피졸리 지음, 토토북.

by 말선생님

언어치료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게임'이다. 특히 발음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게임은 필수적인 요소다. 아이들의 경쟁심을 이용하여 더 많은 단어 산출을 유도하기도 하고 규칙을 지키는 방법을 하나둘씩 배워나가기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하여 목표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신경전에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기고 싶어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그래도 조금은 '나는 질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5~7세 아이들에게 '지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치료사의 컨디션이 좋은 날은 이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민감하게 관찰할 수도 있고, 흔쾌히 게임에서 져줄 수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아이들의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받아들이는데 가끔 한계가 찾아온다. "그러게 규칙을 잘 지켰어야지! 너 그렇게 하면 반칙이야!"






최근 6살 친구와 발음 연습을 하기 위하여 많은 게임을 시도했다. 귀여운 꼬마 친구는 이기기 위해 반칙을 시도하는 모습,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이기면 게임 카드를 흐트러 놓는 모습을 보였다.

수업을 진행하는 순간에는 게임의 규칙, 앞으로 친구와 게임을 할 때에 지켜야 할 것, 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 구구절절 설명해주었지만, 아이에게는 나의 설명이 깊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치료실 안에서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속한 사회(공동체) 안에서는 주눅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실 수업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큰 소리로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저희 아이는 왜 이리 말이 느릴까요?" 이야기를 들어왔을 수도 있고, "얘! 뭐라고 말했니? 다시 한번 말해봐."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익숙해져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아이의 입장이었어도 치료실에서 만큼은 힘이 센 사람 , 즉 이긴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 같다. 어쩌면 치료실 안에서의 게임으로 인하여 유치원 또는 학교 교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까.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나쁜거야'라기 보다는 '나도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이기는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어. 이긴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이 정말 멋진거야!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은 어떨까?



<네가 일등이야!> 그림책은 책을 보자마자 <수박씨를 삼켰어> 그림책의 자매책이다. 이 그림책 역시 표지부터 귀엽고 사랑스럽다. 유설화 작가님의 <슈퍼거북> 그리고 <슈펴토끼> 그림책이 함께 떠오르는 신기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말솜씨가 부족한 나의 말보다는 그림책으로 '1등'이라는 것에 대하여 전달해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각 개인마다 그림책 속의 숨겨진 뜻을 발견해낼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내용이야."라는 설명을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그림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 즈음엔 그림책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나보다 더 민감하게 파악해낸다. 마치 작가과 어젯밤 연락을 주고받은 것처럼.





그림책을 읽으면서 1등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발달 시기와 맞물린 것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온 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뒤집기도, 앉는 것도, 기는 것도, 걷는 것도, 그리고 말도. 뭐든지 '빨라야' 좋다는 인식이 한 백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만연해있는 듯하다.


8살 친구의 생각처럼 1등도 좋고, 2등도 좋고, 3등도 좋다고 받아들여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다면 아이들 또한 1등에 대한 가치관을 더욱 더 건강하게 세워갈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말로만 아이가 건강하면 됐다고 하면서 배변훈련 성공의 평균 개월수를 계산해았던 행동을 반성하며.

keyword
이전 16화편견 버리기, 아이들에게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