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부란다, 이윤엽 쓰고 그림, 사계절>
그림책 육아를 시작할 무렵, 일도 쉬고 있던 참에 독서지도 관련 책을 읽어 보았다. 많은 권수를 채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권의 책에서 찾았던 공통된 내용 중 하나는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럴 법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대부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광고가 많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기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나 또한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언어치료 현장에서의 그림책은 (나의 경우는) 연령의 제한이 크게 없다. 작년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문장을 교대로 읽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내가 읽어주고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림책을 꼭 아이가 그 현장에서 한 단어라도 읽게 하고자 했던 나의 욕심을 버렸다. 오히려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보다는 책 속의 그림과 내용에 더 몰입하는 것 같았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학습만화를 보여주어도 되나요?"였고, "그림책을 엄마가 읽어주나요?" 이러한 질문 또한 자주 받게 된다. 나 또한 관련 책을 찾아보았지만 책을 쓴 저자마다 이야기하는 답은 살짝 달랐다. 어떤 전문가는 학습만화를 권하기도 했고 어떤 전문가는 학습만화를 비추하기도 했다. 결국은 아이와 부모, 각 가정마다 정답은 다르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의 경우는 학습만화보다는 관련 그림책을 현장에서 읽어주는 편이다. 그림책 한 권으로도 도출해낼 수 있는 수업 목표나 활동이 무궁무진하다. 가을이면 아이들에게 <나는 농부란다> 그림책을 읽어준다. 작년까지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친구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는데 올해는 6~7세 친구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선생님, 논이랑 밭은 뭐가 달라요? 논은 물을 댄다고요?", "선생님, 저는 밭에서 나는 것 중에 고구마가 일 좋아요!"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서울 막내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나는 초등학교 3학년무럽부터 대학생 때까지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림책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았다.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는 왠지 낯설 것 같고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책에 제시된 문장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밥상에 밥과 반찬이 오기까지 농부의 땀과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농사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어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림책만이 주는 무언가는 영상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에 대한 소개글 혹은 '이 책 너무 좋아요' 추천하는 글을 쓸 때면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많이 든다. 스스로를 그림책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아이들과 현장에서 그리고 육아를 통해 웃고 감동받은 이야기들을 기록할 뿐이니까.
하지만 그림책의 매력은 나의 부족한 글을 통해서라도 전하고 싶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그리고 청소년기가 된 자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값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그림책만큼 엄마와 아빠와 소통을 하고, 선생님과 소통을 하게 되는 양질의 매개체가 있을까.
어제 아이들에게 사회교과서 문제집을 그대로 복사해서 수업을 진행했다면 아이들은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언제 끝나요?'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다. 그림책의 매력에 학령기 부모님들을 초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