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선생님 Dec 16. 2020

언어치료를 브랜딩 하다.

아직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만.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때 자원봉사 일지를 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간간히 실습 이야기, 현장 이야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꾸준한 관리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늘 싸이월드, 페이스북이 소통에 있어서 더 좋은 도구였고 블로그는 비공개 사진 저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임신하던 해, 퇴사를 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 관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언어치료사 블로그가 몇 개 있었기에 '인싸'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했다. 육아용품 후기가 당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안에서 한창 붐을 일으키던 때였는데 언어치료 교재교구를 그렇게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눈물을 머금고 직장을 퇴사했으니 뭔가 집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일 중 하나도 블로그였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은 출산 이후에 일을 쉴 때에도 아이만 보는 무료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곳이 되어주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많은 인연이 맺어지고 교재교구를 만들 수 있었고 그림책과도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나름 파워블로거로 이름난 분들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처럼 외로운 육아의 길에 머무르셨던 분들이 많았다. 위로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2020년 1월 말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졌다. '터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초반에는 수업을 하지 않아서 이제 블로그에 더 이상 올릴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의 이야기만 적기에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블로그라는 공간은 개인의 생각을 읽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꾸려나가고자 하는 <말 선생님 언어치료> 블로그의 콘셉트는 '언어치료', '교재교구 소개', '그림책'에 포커싱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고민을 하다가 알게 된 곳이 바로 이 공간 카카오 브런치였다. 작가로 당선되는데 다섯 번~여섯 번(기억도 나지 않는다)의 낙방이 있었다. 낙방의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세 번째까지는 글의 형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형식처럼 써 내려간 글은 브런치와는 맞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를 다듬고 다듬어서 또 한 번 다듬어서 기회가 왔다. 목표를 굳이 세울 필요는 없었지만, 상반기 안에 100명의 구독자가 생긴다면 브런치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구독자 수가 꾸준하게 늘어났고 이렇게 아이가 등원한 날 나의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와 브런치 모두 시작을 하는 순간에 초점을 두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조회수와 이웃 혹은 구독자의 수일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던졌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없다면 의욕을 잃기가 쉽고 무엇을 던질지 방향성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어치료'라는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은 글의 소재를 다양하게 펼쳐나갈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언어치료'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말이 늦은', '부정확한 발음' 혹은 '그림책'은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께는 익숙하게 느껴지실 것 같다.



최근에 읽고 있는 <관종의 조건, 임홍택, 웨일북스> 책에서 작가는 '빈틈'을 공략하라고 이야기한다. 먹방의 빈틈, 크기의 빈틈, 장소의 빈틈을 공략하라는 것이다(예 : 많이 먹는 것에 대한 빈틈은 ASMR이 될 수 있다). 빈틈을 공략하는 것과 함께 필요한 것은 '꾸준함'인 것 같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초반에 1년 정도는 꾸준하게 글을 쓰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 그리고 반드시 글을 읽어주신 독자와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 내가 댓글을 달지 않은 것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일일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기다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이 부분이 참 어렵다).


최근 인스타그램 안에서 SLP(언어치료사의 약자) + OO샘'의 이름을 많이 보게 된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름이 많다. 언어치료가 브랜딩화 되어가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전문성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고, 아이들과 부모님께도 더욱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브랜딩에 관한 책을 올해 몇 권 읽었는데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진정성'이었다. <관종의 조건> 책 또한 진정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어치료 또한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큰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과 많은 부모님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 아동, 부모님 한 분과의 진정성 있는 교류와 소통이 쌓이고 쌓여서 나의 치료의 가치를 만들어줄 것 같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소규모 공간을 더욱더 선호하게 될 것이고 위생관리에 있어서도 작은 공간에서의 1대 1 수업이 더 가치가 부여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2020년은 누구에게나 격동의 한 해였을 것이다. 전업, 워킹맘, 싱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어렵지 않았던 누군가가 있었을까. 브랜딩을 지혜롭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세상을 공부해야 한다. 세상을 공부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인 것 같다. 그래도 내년 한 해는 조금이나마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온라인 공간도 좋지만 아이들과 마스크 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입모양 그대로를 보여주던 때가 너무나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때문에 언어치료를 못 가겠어요! 첫 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