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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Feb 25. 2021

왜 '읽고 쓰는 것'이 어려울까.

미디어 세상이라지만, 시도합니다.

1. 전자책을 출간하다 : 자주 꺼내 쓰는 언어 노트(읽고 쓰기 편)

 2021년 2월 1일. 전자책을 출간했다. 다시, 대학원에 가게 되면 앉아서 교재 작업을 할 시간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내 것'을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더 서둘러서 작업을 하고 업로드를 했다. 전자책을 출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지만 또 생각보다 매의 눈으로 이를 지켜보시는 분들도 많았다. 여기서의 '매의 눈'은 나쁜 의미는 아니고, 아이들에게 사용하기 어떠한지 점검해주시는 의미, 애정을 갖고 살펴보시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책은 <부크크>에서 진행했고, 일주일 전엔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그렇다면 왜 <읽고 쓰기>인가? 학습장애교육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개론서를 읽게 되었는데 중간중간에 무릎을 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 현장에서 적용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그동안 현장에서 해왔던 것들도 책으로 엮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시도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시도하고 싶었다. 나의 내적 동기는 여기까지만 기록하는 걸로.


2. 왜 '읽고 쓰기'인가?

그렇다면, 왜 읽고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냐 누군가 물으신다면(사실 이 질문은 받아본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셔서 그러는 듯하다), 아이들이 하루 중 10분이라도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읽는 시간이야 있을 수도 있다고 한들 책의 느낌에 대해서,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에 대해서 기록해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아예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어느 날, 아이를 재우면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스마트폰을 절제하기가 어려운데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무작정 '하지 말아라, 책 좀 읽어라' 이런 말이 통할까? 엄청나게 큰 물질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은 동기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읽고 쓰기 능력은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필요하다. 미디어는 일방적인 경우가 많고, 생각 또한 휩쓸리기 쉽다. 유튜브 댓글, 뉴스 기사 댓글만 보아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a라는 사건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래 달린 수많은 댓글들이 부정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면 휩쓸려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디어는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종이책, 연필로 쓰는 기록은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제한이 많다. 요즘은 sns에 내가 펜으로 쓴 글, 아이들이 연필로 쓴 일기장도 사진을 찍어 올려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세상인데. 어른의 입장에서도 책을 보고 있자니 sns 세상보다는 어딘가 소통이 안 되는 느낌, 고립된 느낌도 들고, 특히 쓰기의 경우는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볼 수 없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문장이기에, '즉각적인 반응,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은 그러한 세상 속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게임 채팅창으로, 어른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보이는 유튜브 댓글창으로. 아이들은 그러한 세계를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닮아간다. 종이에 글을 쓰고자 한다면 일러스트라도 예뻐야 하고, 심지어 연필이라도 새 연필이어야 한 단어라도 쓸 생각이 들까 말까일 것이다. 특히,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3. 해결책이 꼭 '읽기, 쓰기'일까?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인내심을 얻는 해결책이 꼭 <읽기와 쓰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읽기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단어의 의미를 추측하고 문장 안에서 녹여내는 능력을 조금씩 기를 수 있다. 쓰기를 통해 연필을 잡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힘을 기를 있다. 


조금 더 오버스러운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노파심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마음 또한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행동에 과격함을 보이고 상대방의 감정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감정이 앞서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상대의 감정이나 입장을 살필 겨를이 없는 것이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고(zoom으로 라도), 다소 단조로운 맛을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된다.




전자책을 내면서 나에게 들어왔던 공격은 <재미없는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재미가 없을까 봐, 지루해할까 봐, 사용하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도 재미없게 느껴질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종이책에는 일러스트를 조금 더 넣고 편집 디자인을 맡기려고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재의 내용이다. 어떠한 일러스트가 사용이 되더라도, 교재의 내용이 좋다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러스트에만 의존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을 지나오면서 꽁꽁 숨겨두던 나의 종이 일기장은 싸이월드 비공개 일기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누군가는 '학습도 어려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왜 시키냐'라고 되물으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의 답은.


"아이들이 한 단어, 두 단어 기록하고, 문장이 되는 그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몰라요' 대답 안에 숨겨진 여러 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킬 중 하나가 '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멋들어진 문장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한 단어, 한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되는 그 기쁨, 나의 글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세상 지식을 가르쳐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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