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사가 들려주는 학습 이야기, 첫 번째.
3월 초부터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은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추측하건대, 저처럼 아이들의 언어발달 지도를 하고 계시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더라도, 한 번쯤 뉴스를 통해서 접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학령기'의 정의는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데 흔히, 만 7세~청소년기까지를 넓게 포함합니다. 그래서, 학령기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언어치료를 '학령기 언어치료'라고 일컫는데, 이 공간에서도 '학령기 언어치료'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 첫 번째 주제는 '쓰기'입니다. 감히, 학습장애교육 전공을 시작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쓰기'를 논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신다면 말 할 내용이 줄어들겠지만, 현장에서의 경험을 녹여내 보겠습니다.
쓰기는 아이들에게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그다지 유쾌한 주제는 아닙니다. 쓰는 것은 어렵거든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쓰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에 얼마나 글을 맛깔나게 쓸 수 있을까요? 이 또한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건대, 소정의 원고료가 주어지지 않는 이상은 자신의 마음을 글에 녹여내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 것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미디어 기기, 크롬, 여타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익숙하지 않거든요. 크롬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 아닐까요? 내가 어떠한 것을 길게 입력하지 않더라도 자동완성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대학원 학번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 또한 이 편리함이 익숙해져 가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굳이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하루 일과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국어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을 때에도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일기를 쓰지 않아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대체 왜 중요한 걸까요?
우리는 '쓰기'를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쓰기를 하려면 우선 바른 자세로 앉아서 쓸 도구를 선택합니다. 잘 깎여진 연필이 될 수도 있고, 펜이 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종이의 위치를 바르게 하고 쓰기를 시작합니다.
단순히 단어만 나열한 글쓰기가 아닌,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고 단락을 만들어갑니다. 주장 글이라면 근거를 제시하고, 일기글이라면 스토리를 글을 통해 그려 나갑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의집중을 적절하게 분배하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그린 계획을 실행합니다. 때로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손으로는 지우개로 지우기를 하고, 머릿속으로는 그다음 내용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흥미 있는 쓰기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재미있어야'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더 녹이자면, 무조건 긴 글을 요구하거나 고급 어휘의 사용을 강요하는 것, 그리고 강제적인 글쓰기를 요구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가 쓰고 싶은 어휘를 바로 머릿속에서 꺼내지 못한다면(인출), 어떠한 것을 적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또한, 목표가 너무 거창하면 오히려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매일 OO분씩 oo 하기'와 같은 목표는 성인들에게도 때로는 압박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루의 경험을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기, 책을 읽고 평점 매기기, 받아쓰기에서 틀렸던 문장 3번씩 반복하기(많은 문장을 틀렸다면 1-2 문장에서)와 같이 목표가 세부적으로 나누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칭찬이 필요합니다. '길게 썼네! 잘 썼네!'와 같은 평가가 아닌, '-라고 적은 부분이 인상적이었어. 어떻게 이런 단어를 생각해냈어? 정말 대단해!, 오, 지난번에는 어려워했던 문장인데, 이렇게 썼구나!' 이렇게 아이가 쓴 글의 의도나 진전을 부모님 또는 선생님의 언어로 풀어내 주세요.
저의 글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쓰게 하기 위해서 지도하는 교사, 부모님, 치료사가 놀이동산 직원과 같은, 토크쇼의 패널들과 같은 리액션을 매일 보이라는 의도가 아니에요. 목표를 나누고, 아이와의 대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쓰기를 유도하 시답면 어느 순간 아이도 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학기 초, 3월은 너무나 얄미운 달이죠. 아이들도, 부모님도, 선생님도 힘든 달입니다. 게다가, 나아질 줄 알았던 코로나는 여전히 전국을 순회하며 정상 등교를 방해하고 있네요.
'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무' 보다는 '숲'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 혼자 숲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과 함께 그 숲을 만들어보세요. 맞춤법이 틀린 나무도, 내용을 빠뜨린 나무도, 모두 숲을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잖아요.
3월은요. 맞춤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쓰기 동기를 높여주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쓰고 싶은 마음이 한 번에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가 연필을 잡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그 시간들을 매주, 매일, 만들어주세요. :)
앞으로 이렇게, 학습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연재는 저 혼자 붙인 이름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혹시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이나 댓글로 살짝!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