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글짓기를 잘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당연히 아이의 학교 적응일 것이다. 자리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지,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는지, 선생님의 지시는 잘 따르는지 여부에 가장 초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을 하면, 각 과목 별로 집중 공부를 하게 된다.
언어치료실을 찾는 아이들 또한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고민의 무게가 어쩌면 더할 수도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 지문에서 요구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아이가 직접 써야 하는 글의 양 또한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어휘, 문장,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구조. 이제 막 한글을 뗀 듯한 아이들에게 글쓰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더군다나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빨간 볼펜으로 남겨진 피드백은 어찌나 눈에 잘 들어오는지. 작년 한 해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부분 진행되었지만 과제의 양은 어쩌면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보다 더 많았을 수도 있다. 단어의 뜻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글쓰기라니.
일기는 그나마 내가 경험한 것을 짧은 문장으로 쓰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감상문이나 그 외에 글을 쓸 때에는 종이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두 세 문장으로 끝나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글쓰기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어휘 목록을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영작을 할 때에 적절한 단어를 그때그때 쓰듯이. 어휘 목록이 많은 아이들은 이후에 글을 읽는 속도나 정확도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그만큼 읽는 데에 자신감이 붙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글을 접해보아야 한다. 학습만화를 무조건 제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만화보다는 적절한 양의 그림과 함께 글이 함께 있는 책을 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요즘은 상식책 또한 한눈에 설명이 들어오도록 편집되어서 출간된 책이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항상 있거나 TV가 틀어져있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독서를 권하는 것은 손에 고기를 든 몸집이 큰 누군가가 아이에게 채식을 권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10분, 20분, 30분씩이라도 미디어를 차단하고 온 가족이 다소 아날로그적인 책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보다 더욱 권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주면서 그 후의 느낌을 글로 남겨보는 것이다. 길지 않아도 괜찮다.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라도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남기고 그 글을 부모님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 처음엔 틀린 것을 지적받을까봐 부끄러워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그 시간을 주도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 오히려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령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수동적인 교육이 아닌 자기 자신이 활동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글쓰기 또한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안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생각이나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미디어에 과하게 노출된 아이들은 메신저나 댓글 이외에는 하루 중 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이 적고 연필을 잡는 시간은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 차근차근 한 단어에서 한 문장으로, 그리고 한 단락으로 글쓰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아이가 쓴 글을 함께 읽을 때에는 맞춤법이나 글의 구성보다는 우선 아이의 생각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생각에 반응해주는 것은 아이에게도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근육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