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실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
오늘은 블로그 공간이 아닌 정말 '나만의 공간'에 나의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블로그 글은 내가 2년 전, 3년 전에 기록했던 것들이 어떠한 검색어의 1페이지에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더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지라 나는 학령기 언어치료가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도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특히 초임 때에는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여가고, 나 또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고민의 방향성이 학습 뿐만 아니라 더욱 더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민의 시작은 작년에 대학 동기를 만났을 때 더 물꼬를 트게 된 것 같다. "경계선 지능(느린하습자) 성인들은 20살이 되면 치료를 받기에 제한이 많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였는데 지금까지 기억이 선명한 걸 보면왠지 친구는 나에게 "네가 그런 친구들을 위한 무언갈 만들어 보는건 어때?"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빠르면 18개월 전후, 그리고 영유아기, 학령기, 청소년기를 지나서 성인기에 접어든 느린학습자 친구들은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직업관련 교육, 요리교실, 사회성 교실, 운동교실 등을 통해서 친구를 만나고 멘토가 되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언어치료실 안에서 느린학습자 친구들의 장래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기엔 제한이 되는 부분 또한 많다. 우선 대부분의 치료가 학습적인 내용에 포커싱이 되어 있고(이는 목표를 잡은 치료사에 대한 비난이 결코 아니다) 언어치료사가 직업, 대학입시를 함께 고민하기엔 다른 대상자의 치료와 행정적인 일로 인해서 시간적인 제약을 겪기도 한다. 또한 치료사는 대부분 치료실 안에서 근무를 하거나 병원, 복지관 등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학교 교육 현장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접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는 점점 더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치료실에 오는 청소년 친구들의 손에는 늘 스마트폰이 함께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인한 과도한 노출 때문에 글을 읽고 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으니 폰 사용을 줄이도록 해보자."라는 제안은 어쩌면 교과서적인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 뿐만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그 기술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치료실에 오는 청소년 친구들의 부모님들께서는 간혹 스마트폰이나 줌 사용에 어려움을 보이시기도 하는데, 앞으로를 대비하여 시스템 사용 기술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습지를 넘어서 실제적인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교복을 입고 나의 앞에 앉아있는 친구가 2-3년 후에 어떠한 20대를 보내게 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대상 학생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너 그렇게 공부 안해서 나중에 무엇을 하려고 그러니?" 다그치기보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야? 혹시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줘. 선생님은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함께할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이자 멘토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