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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시안을 받다.

그럼에도, 먼저 할 것이 있다면, 나를 사랑해주기.

by 말선생님

"책 표지 시안 두 개 보내드립니다."


편집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무나 행복한 소식. 첫 책을 출간하는 작가에게 이보다 더 짜릿한 소식이 더 있을까. 책 출간 이후엔 몇 부 판매, n쇄의 소식이 또 기다려질 수도 있지만 아직은 뱃속에 태아를 품고 있는 느낌이 더 크다. "잘 진행되게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당신의 손에 맡겨드립니다." 이 두 가지 기도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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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거창하게 책 출간 후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살짝 남겨보자면, 원고를 쓰는 시기는 몸은 현실에 있지만 마음은 산 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유명한 작가 분들이 글을 쓰기 위해 산 속에 들어간다는, 스마트폰을 끄고 글에만 집중했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공감이 갔다. 아이엄마이기에 개인 시간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몸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감히!)


이전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한창 즐겨 보았을 때,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 뭐 요즘도 한번 싸우면 박터지게 싸우지만, 그때 잠깐 상담사분이 조언을 주셨는데 그러한 방송을 눈에서 멀리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글쓰기 또한 이와 비슷했다. 내가 본 것이 그대로 내 글에 스며드는데 그 글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다행히 아래 참고서적에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던 것은, 당분간은 내가 쓰고자하는 주제의 책을 보지 않는 것. 그리고 생각일 날 경우 출처를 분명하게 명시할 것.


그리고 글쓰기 코칭 책에서 대부분 추천해주었던 방법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절제하고, 특히, 말을 절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약속을 잡을 수는 있지만 책 내용에 대해 오픈을 하거나 고민을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 것.



원고를 쓰는 동안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잡다한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문제는 또 원고를 작성한 이후였다. 아직 교정을 보아야 하는데 관계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원고에 덮여있던 문제가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졌다. 이제 원고는 크게 주제나 문장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면(물론 오탈자는 매의 눈으로 수정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어보자!


먼저 자기계발서 중에서 '관계'를 다루는 책을 읽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요동치지만 그래도 나의 내향적인 성향을 고려했을 때 불쾌함/불편함을 따지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배운다고 해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터.


9월 한 달은 잠잠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보다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보고 싶었던 책들을 닥치는대로 사고, 읽고, 적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힘든지. 비대면 상담도 받아보고, 또 다시 적어보고, 작가의 유튜브 채널에 댓글도 남겨보고. 그리고 나에게 나 스스로 지지와 위로의 말을 들려주었다. 잘 하고 있다고. 고생 많았다고.



그래, 어쩌면 에너지가 고갈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글을 쓴다는 것. 이렇게 책을 쓰기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이 학창시절의 백일장 대회 이후엔 거의 처음이 아닐까!(맞다, 나는 백일장 대회를 자주 나갔었는데, 그만큼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나 집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내 아이를 보고 있는데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관계, 결이 맞지 않으면 보내주는거지. 억지로 붙잡을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난 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리고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면, 당분간은 그 계정은 '숨김'을 누르자. 보고나면 내 아이에게 괜히 짜증을 한번 더 낼 것이 뻔하니까.


책! 감사한 마음으로 마지막 수정을 하고, 또 감사해야지. 이게 재능이라면 글에 재능을 주신 분도, 문을 열어주신 분도 그 분이시니까.



언젠가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출산한 엄마, 특히 돌 이전 아가의 엄마를 위한 가장 좋은 힐링 방법이 '글쓰기'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작가님을 욕되게 하기 싫으니 책 이름은 오픈하지 않기로) 당시에는 이게 산후 우울증인지 아닌지 구별도 잘 되지 않고 그저 일을 하고 싶었기에. 책상도 아닌 식탁에 앉아서 글을 쓴다는게 너무 구차해보였는데.


언젠가 방정리를 하면서 그 때의 글쓰기도 책 출간의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의 글도 언젠가는 또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강사분들이 독자의 타켓이 분명해야한다고 하셨는데.


나와 같이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또는 육아를 하며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 출간을 하는 것은 정말 감사한 기회임은 맞지만, 육퇴 후 글을 쓰는 그 시간은 언젠가 열매가 될 거라고. 감히,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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