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근육 기르기 : 내가 좋아하는 것 쓰기.
출산 이후 '엄마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한 블로그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당시에도 똑똑한 알고리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관련 콘텐츠와 사이트를 안내해주었다. '하루의 일상을 기록하세요', '아이의 모든 것을 기록해보세요.', '나의 감정을 기록해보세요.'
이러한 문구가 차분함을 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답답함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나의 기록의 대상 또한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걸까? 나도 몇 개월 전까지는 일을 하고 있었고, 현장에서는 전문가였는데, 수유패턴을 기록하는게 스트레스가 풀리는걸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보 엄마의 발악(?)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가벼운 우울감이 감기처럼 왔다갔다 나를 간보고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짓는다는 것이 스트레스까지는 아니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힐링'은 아니었다. 오히려 힐링이 되지 않는 나 자신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현장에 복귀하기를 준비하던 중, 주변에서 교재 교구 리뷰 문의를 받는 기회가 왔다. 원고료가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일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그저 기뻤다. 마치 육아용품 광고를 하듯, 어떻게 언어치료 교구를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구상하고, 이전의 언어치료 경험까지 모두 녹여내서 글을 썼다. 출산 후 처음 느껴보는 일의 영역에서의 기쁨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라.
누구나 생각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했다가 '가난'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들 한다. 나의 경험으로도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좌절감을 느낀 적이 더 많았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안에는 '잘하는 일'을 먼저 선택하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책도 있다.
하지만 글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쓴다면 나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갈 수 있다. 6년전의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육아일기 보다는 내 직업에 관련된 주제의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글 안에서는 내가 현재 육아로 인해 일을 쉬고 있는지, 경력이 몇 년차인지,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거짓 포장지를 씌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출간 후 3-4개월. 번아웃, 허탈함, 기쁨, 보람, 그리고 다음 책에 대한 고민. 선배 작가님들이 말한 모든 과정을 거쳐가고 있다. 결국 찾아낸 것은 글쓰기 강의나 책. 그런데 내가 불안하기 때문에 읽은 책과 들은 강의는 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쓰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어공부도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아무리 인강을 열심히 듣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본들, 내 입으로 영어를 내뱉거나 땀흘려 뛰지 않으면 그것은 남의 경험에서 멈추게 된다. 글쓰기도, 그 어떤 것도, 내가 직접 해야한다. 서점 매대에 성공에 대한 책이 가득 채워져있지만 그 책을 읽고 정말 실천하는 사람은 5%도 안된다고 한다.
* 글 짓는 시간. 새로운 매거진으로 시작합니다 :) 이 게시판에 출간의 여정 또한 다시 녹여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