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마음은 쓰는 시간으로 채워갑니다.
책을 출간한지 어느덧 4개월이 다가온다. "출간 후, 3개월이 정말 중요합니다! 마케팅에 있어서 황금기에요! 열심히 sns도 하시고, 어떻게 해서든 홍보하셔야 합니다. 신간 책, 더군다나 무명작가에게 3개월은 정말 중요해요!" 책쓰기 강의를 들었을 때 강사님께서 해주신 조언이었다.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는데, 더불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 초보 작가의 근 3개월 일상
1)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온라인 서점 순위를 확인한다.
2) 서평을 보면, 감사의 인사와 함께 리그램 또는 블로그 공유 여부를 여쭈어본다.
3) 강의 의뢰가 왔을 경우, 아무리 먼 곳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4) 1년 가까운 시간을 원고에 쏟아낸 여운이 겉돌기 시작한다.
5) 공허함, 허탈함, 보람, 기쁨, 초조함,,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감정은 '초조함'이었다. 그리고 그 초조함이 점점 방향을 잘못 틀어서 무기력이라는 정착지에 도달했다. 그동안 수능시험을 준비했던 시간 외에, 이렇게나 나의 모든 것을 '갈아 담아서' 무언가를 준비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존재, 또 알려졌으면 하는 존재, 그리고 내면 깊숙한 곳에는 두려운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책을 출간한 작가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도 서점 매대에 올려지는 책은 수없이 바뀌고, 출판 시장은 코로나 이후로 더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책을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작가를 소망하는, 내 책 출간을 소망하는 분들의 크고 작은 모임이 그렇게나 많은줄 작년에야 알 수 있었다.
'나의 아이는 나의 눈에만 예쁘듯이, 나의 책도 나에게만 좋게 느껴지면 어떡하지?' 집에 비치된 책을 보며 이러한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나의 열정을 쏟은 만큼, 더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더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어갔다. 나와 자녀는 동일시 될 수 없지만, 나와 책은 동일시 될 수 있기에. 더군다나 첫 책은 나의 첫 번째 두꺼운 명함이 될 수 있기에, 내가 나를 더욱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기로.
일과 육아, 그 와중에 갑자기 맞이한 가정사를 겪으며 출간된 나의 책. 나의 책이 소중한 만큼, 서점에 있는, 온라인 서점 안에 있는 수천만권의 책이 모두가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진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땀을 노트북 앞에서 흘렸을까.
또한, 내가 나의 책을 존중하듯이 다른 작가의 책을 존중해야 나의 책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세상에 그 어떤 책도 함부로 판단받을 수 없다는 것을. 물론, 독자는 책을 읽고 판단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 대 작가로서는 책을 존중해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는 것.
책 판매 순위, 강의, 알려지는 것에 관계없이,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다. 출간 후,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출간 관련 강의가 아닌, 내가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 시간 안에 시간당 몇 십만원 수강료 이상의 가치가 담겨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나의 책이 그림책 육아를 이제 막 시작하는 양육자 뿐 아니라, 출간을 꿈꾸는 '엄마' 작가님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거창하다면, '저 작가도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책을 냈는데, 나도 충분히, 차고 넘치게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배달해드릴 수 있기를. 간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