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의 열매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올해 6살이 된 온이는 '내가 최고야'의 절정을 달리고 있다. 한글, 영어, 숫자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 멋 내기, 심지어 자기 전 기도하는 시간까지 '엄마/아빠보다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우리 부부는 조기교육에 완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한글, 숫자, 영어에 대한 교육열이 크지는 않지만, 온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후로 조금씩 학습을 시켜주고 있다.)
입학, 적응, 학부모 상담, 공개수업 시즌인 요즘 가장 화두는 '사회성'이다. 추측하건대 나와 같은 부모의 속마음은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느냐'보다는 '친구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학습은 뒤늦게 따라잡는 것이 가능할 수 있지만 또래관계는 도무지 답이 안 보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엄마, 나 수학시험 봤는데 20점 받았어."와 "엄마, 나 오늘 친구랑 싸웠어. 친구가 나 싫대."의 말을 들었을 때 둘 중에 어느 말이 더 가슴이 철렁할까! 물론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내가 최고야'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사회성 이전에 자존감을 먼저 생각해 보게 된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자존감은 가정에서 터전이 가꾸어진다. 6-7세 유아기는 주 생활지가 가정일 가능성이 높고, 주양육자의 영향이 성격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온이와의 생활을 떠올려보아도, "엄마,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이야! 잘 그렸지?"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가지고 왔을 때의 엄마의 찰나의 반응이 쌓이고 쌓여서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학부 때부터 각 전공 수업 때마다 들어왔지만 나의 양육 현장에서는 너무나 쉽게 잊히고 있었다. 나의 피로도, 에너지 소진, 남편과의 관계, 주변에서 오는 스트레스. 나의 감정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향하는 눈빛과 말의 온도가 너무나 달랐고, 아이는 나름대로 관심과 사랑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림책도 매일 읽어주고 모든 것들을 맞춰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때마다 칭찬해 주고 모든 행동을 돌보기엔 나도 에너지가 없다고!' 나의 내면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기에 아이의 메시지에 진심으로 반응해 주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이가 모르던 글자를 스스로 써왔을 때를 제외하면.
언어치료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사회성 수업을 할 때, 주로 상황장면 카드를 활용한다. 최근 들어 실제 짝수업이나 그룹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1대 1 개별수업 때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은 그나마 역할놀이다. 장면 카드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적절한 답을 물어보면(예 : 친구가 상을 받았다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아이들의 대답이 교과서적일 때도 있지만(예 : 정말 축하해!), 생각지도 못한 답을 말할 때가 더 많다.(예 : 내가 더 잘했어!) 아이들의 답을 들으며 속으로는 당황하지만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적절한 답을 알려주는 것이 그 현장에서의 치료사의 역할이다.
생각해 보면 지지받은 경험이 있어야 친구에게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유명한 말처럼 아이들에게도 가정 안에서의 지지는 양분이 된다.
사회성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처럼 부담되는 말이 또 있을까. 부모로서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부부 사이에 오가는 말.
"여보, 나 오늘 성과급 받았어."
"어이구, 그래? 그 돈으로 어디가지? 뭐 사지? 일단 외식부터 할까?"
이러한 대화의 예시가 훨씬 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
"여보, 나 오늘 성과급 받았어."
"오, 그동안 수고 많았어! 온아, 아빠가 그동안 일을 열심히 해주셔서 회사에서 상을 주셨대. 아빠 멋지지?"
물론, 부부간에 싸움이 있었던 다음날은 이러한 대화가 오가기 쉽지 않겠지만 가장 실제적이고, 일상 안에서 적용 가능한, 생생한 사회성 수업이 아닐까.
"엄마, 이 그림 어때? 공주야. 이건 엄마고."
"어머나, 우리 온이 그림 정말 멋지다. 공주가 입은 드레스 색도 너무 예쁜걸. 엄마가 공주야? 엄마 예쁘게 그려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는 온이가 그린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회성 교재교구를 작년에 제작하고 난 후, 많은 부모님들의 고민을 듣게 된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의 사회성 열매를 맺기 위해 오늘부터 다시 씨앗을 뿌려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척박했다면 적절하게 물도 주고 따스한 햇볕을 비추어주면 땅이 다시 다져질 것이다.
아이는 세상에 나갈수록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시기도 마주하기에. 부모의 칭찬으로 인해 아이가 거만해질 거라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는 것은 어떨까? 정서적으로 충분히 지지받고 수용받은 아이는 그 사랑을 언젠가는 곁에 있는 친구에게 나누어주 수 있으니, 함께 씨앗을 뿌려보는 시간을 갖기를.
* 가정 = 사회성의 터전이라고 해서, '엄마, 아빠, 자녀'라는 구성원의 모습을 다 갖추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떤 가족의 형태를 가졌든지 자녀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해 주시고 지지해주세요. 저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