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최근 2-3년 동안 서점의 부모교육 코너는 '문해력' 이슈로 뜨거웠다. 유아, 초등, 청소년, 그리고 성인 문해력까지. 특히, 부모라면 문해력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문해력이 성장하는 것을 어느 부모든 돕기를 원한다.
최근 인스타그램 안에서 팔로워분들을 대상으로 간단히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많은 양육자분들은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촉진 방법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아이와 일상에서 대화하고, 책을 읽어주고, 생각 주머니를 키워주는 그 시간들이 문해력을 촉진해 주는 방법임에도, 오히려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워져서 점점 더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문해력이라 말한다. 언어치료 현장에서의 문해력은 대부분 느린 학습자를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문해력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것 중에서 문자로 쓰이고 이를 읽고 이해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많이 있다.
이전에는 대상 아동과 마트 놀이를 할 때에는 장난감 지폐와 동전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키오스크 활용 방법을 안내하는 편이 더 실제적일 수 있다. (물론, 그 안에 기본적인 사칙연산과 화폐계산 방법은 틈틈이 가르쳐줘야 한다.) '카드 삽입, 결제, 선택, 영수증' 등의 어휘를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선택하지만, 특히, 느린 학습자 아이들에겐 여러 시간의 연습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어휘 학습을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서 조금 더 힘을 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마트에서 계산할 때 함께 키오스크를 활용해 보는 것, 날씨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뉴스를 함께 시청할 때 "이재민은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이야기해. 자연재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어휘 문제집을 보며 '이재민'이라는 어휘를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초등 부모라면, 서점에서 꽤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보가 너무 많기에, 오히려 선택에 있어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해력에 대한 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양육자분들은 자녀의 문해력 촉진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 sns 속 정보도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뜻은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미디어를 이제는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시대다. 미디어와 책 사이의 경계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부모와 아이와의 상호작용, 대화가 아닐까. 육아서에 나온 대화 예시(나의 책에도 대화 예시가 있지만!)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내 아이를 면밀하게 관찰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성향에 따라, 엄마가 자연스럽게 리드해갈 수 있을 것이다.
문해력! 조금 더 힘을 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