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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May 02. 2023

만일, 에세이를 썼더라면.

책 한 권 출간한 출간 작가의 소소한 출간 이후의 이야기.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스며들었던 때는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를 재우고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브런치 작가로 승인되어서 글을 쓸 때, 임신을 해서 지독한 입덧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퇴사를 하고 낮에 신랑 없는 집을 홀로 지켰을 때. 점점 내 생각을 차지했는데 그때마다 밀어냈던 기억. '나는 유명인이 아닌데. 언젠가 쓴다면 독립출판이나 언어발달 관련 육아서를 쓸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곧 행동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 출간의 꿈은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남몰래 품었던 이야기들로 채울 수 있었다. "남들에게 두 시간 이상 전해도 계속할 수 있는,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그럼 술술 써집니다." 여느 인플루언서 강의, 책 쓰기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었다. 그 이야기가 그림책 육아였고, 언어발달과의 연결고리를 잇는 스토리를 전하고 싶었다. 



출간 이후의 시간이 매일매일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은 당연히 아니었다. 판매 순위에 연연하고 순위가 내려가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조금은 더 무덤덤해졌다.) 한 달에 쏟아져 나오는 책이 1000권이 넘는다고 하는데, 육아서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이 정도 순위라면 첫 출간 작가가 만족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생각과 그래도 작년에 쏟아부은 나의 노력이 얼마나 되는데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는, 양 날개가 늘 공존했다. 


유명해지면 나 모른 척하면 안 돼.


출간 전 들었던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었다. 정말 나도 강의 요청이 쇄도하는 그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반은 맞았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는 내가 유명해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제안해 주시는 강의 요청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하다. 첫 책을 출간한 작가는 출간 이후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이렇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함께.


사실, 책 판매량이 내가 마음을 다스린다고 해서, 혹은 홍보하는 콘텐츠를 매일 업로드한다고 해서, 출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눈에 띄게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 하나다. 그리고 겸손함이다. 겸손도 실력이 있어야 겸손이라지만 첫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책을 출간하기 전의 간절함, 무엇보다 글을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n 년 전에도 '쓰고 계시는' 수많은 선배 작가님들의 키보드 위의 손길.



더불어 요즘은 '에세이를 썼더라면 어떤 주제의 글을 썼을까?' 상상을 혼자 해보곤 한다. "선생님, 첫 책은 전문성이 느껴지는 책이 좋아요. 그래야 작가를 알릴 수 있어요." 이 말을 듣기 이전에도 나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를 낸다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지만, 글을 사랑하는 마음가짐 하나로 꾸꾹 눌러쓸 수 있다면 에세이도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다.




직장 근처에 대형서점이 두 곳이나 있어서 매번 느끼는 바지만, 출판 시장은 식품업계 이상으로 치열한 것 같다. 어제 서점 매대에서 이 책을 보았다면 오늘은 이 책이 다른 책으로 대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무명작가의 책이 서점 매대를 잠시라도 차지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유명한 누군가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도 베스트셀러 딱지의 수명이 길지 않다고들 하는데, 하물며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에세이는 서점 매대의 자리를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선배 작가님들의 길을 따라 쓰려고 한다. 베스트셀러, 서점 매대, 유명세를 위해 글을 쓴다면 글을 쓰는 행위를 매일 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크게 감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오늘도 치열하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위해 읽고 쓰고 코칭을 받기도 한다. 그 안에는 유명세에 대한 열망 그 이상으로 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기에 가능하다.


언젠가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쓰는 여정을 담아야겠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것 이상으로. 시골 초등학교에 갑작스럽게 전학 와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을 때도, 중학교 때 남몰래 교회 오빠를 짝사랑했을 때도, 여유롭지 못했던 20대 때도 글을 쓸 수 있었기에 나를 한 스푼 더 사랑할 수 있었다고. 나만의 에세이 공간에 담아내고 싶다.


* 언어치료 이야기를 에세이 안에 넣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흔쾌히 yes!라고 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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