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왜 글 안써요?"
'글쓰기는 타고난 능력일까?'
'글쓰기 강사의 자격 요건은?'
책 출간을 준비하던 작년 한 해, 이 고민을 많이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다면. 이러한 상상을 하면서 원고 타이핑을 하면 왠지 모르게 더 힘이 솟았다. 소중하지만 갑갑한 치료실을 벗어나 글을 쓰고 내가 만난 이 세계를 알리고 싶었다.
책을 쓰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글쓰기는 타고난 거니까. 난 절대 못해.', '책을 많이 읽어서 잘 쓸 수 있겠다.', '일상이 너무 바쁜데 글은 언제 써? 참 대단해!'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경이 한창 예민해있을 때는 비꼬는 말로 들렸지만 나름의 고민 끝에 내린 글쓰기에 대한 결론이었다. 한마디로 '누군가에겐 어려운 것.'
최근들어 글쓰기 모임 광고가 온라인 곳곳에서 더 많이 보인다. 책쓰기 광고는 더 현혹될 만하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습니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 광고를 클릭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나의 책을 출간하는 것을 상상하고, 꿈꾼다.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럴 가능성이 있으리라.
이 지점에서 나의 고민과 맞물리기 시작한다. 글쓰기에 대한 자격이 있을까. 사이버대로 국문과를 가야 하나, 문예창작과를 가야 하나, 민간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나 여러 고민이 되었다. 나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민간 자격증이라도 취득하는 거였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 작가님께 dm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께서 출간하신 책은 잘 보았습니다. 저의 삶에 귀감이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글쓰기 강의를 하려면 어떤 자격이 주어져야 할까요?"
작가님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답변을 주셨다. "선생님, 저의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 강사에는 어떤 자격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책을 출간하였다면 수강생들의 신뢰를 더욱 얻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꾸준히 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액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글쓰기 강의를 듣더라도 결국 쓰는 주체는 내가 되어야 글이 완성된다. 첨삭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의 글의 스타일과 색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주제의 글을 쓸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쓸 수 있는지, 외치고 싶은 목소리가 무엇인지. 이것도 내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글쓰기 강사라도 나의 삶을 깊이 알지 못한다. 글은 결국 그 사람의 삶을 반영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어떤 유명한 작가님의 말씀이었는데).
또한 아이들에게만 글쓰기를 요구하기 보다, 엄마와 아빠도 함께 쓰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글쓰기에 대해 처음엔 두려움이 없(었)다. 수차례의 피드백과 분위기를 통해 거부감이 만들어지고, 이젠 쓰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경우도 많다. 짧은 인생의 경험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했는데, 그보다 생각없이 영상을 보는게 훨씬 재미있는데, 글쓰기에 흥미를 붙일리가 없다.
'어른의 글쓰기'를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양육자에게 글쓰기는 이후에도 가정뿐 아니라 개인에게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매일 아이에게 보내는 쪽지, 아이가 등원/등교한 후에 쓰는 블로그 글, 그리고 브런치 글까지. 글쓰기에 어떠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나의 축적된 글이 아닐까. 아이에게도 나의 글의 서사를 전해주는 것. 결코 후회없을 시간이리라 생각한다.
몇백의 수강료, 코칭비를 지불하지 않고, 한두차례의 투고 끝에 첫번째 책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 공간에서의 워밍업, 실전, 휴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글쓰기의 근육이 길러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언젠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는 것도, 쓰면 쓸 수록 마치 피아노나 운전처럼 실력이 는다는 것도 함께 더 깊이 체험하고 싶다. 육퇴 후 타인의 sns를 보며 우울한 마음이 생기거나 알고리즘의 추천에 의해 유튜브를 보는 일상에 무료함이 느껴졌다면. 글을 쓰는 시간을 더욱 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