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핏을 찾아보세요!
바야흐로, 책 출간의 시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주변에서 책 출간 소식을 자주 듣는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투고를 하고, 혹은 독립 출판을 했을지 예측할 수 있기에 함께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나 또한 다시는 책 출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첫 번째 책을 출간했는데 다시 스멀스멀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 기회가 된다면 책쓰기 만한 행복한 중독이 또 어디에 있을까.
작년에 출간 기획서를 준비하며, 책 출간을 간절히 소망하는 예비 작가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가벼운 1시간 코칭은 15만원부터 그 이상의 기획과 목차를 다져주는 강의는 300만원까지 드는 강의 광고도 보았다. 가격은 강의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사실 듣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재정이 부족했다. 아이의 사교육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도 했고, 평범한 30대 부부의 월급은 집 대출, 생활비로도 정말 빠듯했다. 대학원 박사과정도 휴학했으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할 수 있다면 300은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기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치가 아닌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괜히 남편에게 미안했다.
책을 쓰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터득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우선 시중에 나온 책 출간에 대한 책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다. '아, 출간 기획서는 이런거구나!', '기획출판과 자비 출판은 이게 다르구나', '출판사는 결국 작가에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팔리는 책을 선호할 수 밖에 없구나!' 적게는 3권, 많게는 5권의 책을 읽다보면 큰 틀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책쓰기 강사)에게 출간 기획서를 컨펌 받는 것은 15만원 비용이 아깝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처음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에 출판 업계에서 종사했던 전문가의 조언은 내 출간 기획서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다만, 말 그대로 컨펌이기에 책 주제를 잡는다거나 목차를 잡는 것은 나 스스로 해야 했다. 기획출판이라면 이 부분은 나중에 편집자와 논의해서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많이 써보아야 한다. 옷도 여러 벌 입어 보아야 나에게 맞는 핏을 찾을 수 있듯이 글쓰기 또한 비슷한 것 같다. 나에게 육아나 글쓰기 주제의 글이 아닌, 경제/경영 주제의 글을 쓰라고 한다면 한 세 줄도 쓰기 어렵지 않을까? 많이 써보아야 한다. 그렇게 길러진 글쓰기의 근육은 명강의로 만들어질 수 없다.
우리의 뇌는 보는 것보다 직접 실행하는 것을 보다 잘 기억한다고 한다. 때문에 어떤 강의든 실습이 있고, 인강만 들은 수험생보다 직접 가르쳐본 수험생이 수능을 잘 볼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는 고액의 강의가 대체해줄 수 없는 무언가를 나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남몰래 책 출간을 소망하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또한 기획 능력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다. 잘 쓴 글을 읽어야 하고, 종이책 뿐 아니라 출간 작가의 sns, 한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가의 칼럼을 자주 접하는 것은 영양제가 될 수 있다. 패션 또한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옷을 잘 입는 사람의 옷을 보면서 나에게 적용하고 수정하다 보면 나만의 것을 찾아갈 수 있듯이 글쓰기도 많이 쓰되 잘 쓴 글을 자주 읽어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낀 것 중 하나는 책 출간에 있어서 인맥은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된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내가 잘 아는 누군가'를 출판사에 소개시켜 줄 만큼의 여유가 있는 담당자는 많지 않다. 오히려 브런치,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출판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는 있지만, 지인을 통해 나의 이름이 출판사에 전달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 같다.
누군가에겐 운이 좋아보일 수 있었던 책 출간. 많은 분들이 그 기쁨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다만, 책쓰기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글을 많이 남겨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인맥을 의존하기보다, 나의 잠재력을 의존하는 것을 조심스레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