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는 말 분위기 만들기.

그리고 '발음'에 대하여.

by 말선생님

"언어치료사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에요?"


요즘은 잘 듣지 않지만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듣던 질문이었다. 학부 때 전공에 대해 설명할 때도, 첫 직장에 취업을 했을 때에도. 나의 일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아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설명 중 하나는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발음이 부정확한 것'은 꼭 언어치료실을 찾은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나 겪어본 일이기 때문이었을까. 평소에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더라도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서 '발표'를 마주하게 되면, 점점 나의 발음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치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발음은 /ㅅ/ 발음이다. 발음에도 하나의 유행이 있나 생각도 든다. 학부 때만 하더라도 /ㅅ/의 오류 유형은 대부분 /ㅌ/로 대치하는 발음이었다. /사탕/을 /타탕/으로 발음하는 것. 실습을 했던 8살 아동도 전형적인 마찰음의 파열음(/ㄷ,ㄸ,ㅌ/)화 아동이었다. 졸업 이후 거의 5년 동안은 "시옷 발음이 부정확해서"온 아이들의 경우는 오류 유형이 크게 특이한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물론, 구강구조에 이상이 있을 경우는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출산 이후에 복직한 기관 아이들은 대부분 발음이 부정확해서 온 경우가 많았다. 진단명을 크게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적어보자면, 어떠한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학교 가기 전에 빨리 고치고 싶다, 혹은, 어린이집에서 점점 친구들이 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치료를 받아야겠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의 발음은 역시 평가를 진행할 때보다 대화에 몰입할 때 훨씬 더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요즘 아이들의 발음 스타일은 약간 '애기 같은' 발음이다. 누군가 유튜버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고 그랬었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6세 아이들의 경우는 또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인데, 또래들 사이에서 '애기 같은 목소리'는 나를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귀여운 것, 아기 같은 것, 그런 느낌을 좋아하니까.

'애기' 발음이 나는 경우의 수정 방법은 언어치료사의 정확한 진단과 목표 설정, 그리고 치료가 병행되어야겠지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원래 목소리, 꾸미지 않은 목소리에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부모님도, 치료사도, 아이의 본래의 목소리를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애기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지금 OO이의 목소리가 훨씬 더 예뻐!, 봐. 선생님이 (혹은 엄마가) 훨씬 더 잘 알아듣고, 이렇게 대화도 할 수 있잖아."





치료사와의 시간을 통해 단어 수준에서 /ㅅ/가 잘 나오는데(혹은 다른 음소들이 정확해지고 있는데), 문장, 대화 수준에서 일반화가 되지 않는다면.

말 속도 점검하기


가정 안에서 '말 빠르기' 체크를 해보는 것을 권해드리는 편이다. 언어치료 안에서 '말 빠르기'는 말더듬이 있는 아동 또는 성인에게만 접목된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말 속도 조절은 언어치료의 어느 영역에서나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말을 빠르게 하다 보면, 발음이 다시 부정확해지기 쉽다. 그동안 치료실 안에서 혹은 가정 안에서 연습해왔던 탑이 무너지기 쉽다. '빠르다'의 반대말은 '느리다'지만, 나는 상담을 진행할 때, '느리게'라는 어휘보다는 '천천히'라는 어휘를 선택하여 안내해드리는 편이다.


말 분위기를 천천히 가는 분위기로 해주세요.

유창성을 목표로 하는 치료 안에서는 간혹, '거북 말'이라고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아이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어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말이 끝나고 1~2초 간의 텀을 둘 것.

아이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 말 것.

엄마/아빠의 말 속도를 현재 속도에 비해서 조금 천천히 하는 것.


'느리게' 가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가는 것. 남들보다 내 말이 빠르게 전달되어야 내 의도가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발음이나 말 더듬을 개선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우리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가족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음 말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면, 아이도 스스로 자신감을 더 갖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은 내가 무언가를 빠르게 해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어머님들을 마주할 때 이 말도 꼭 하게 된다.



사실, 저도 저희 아이한테는 잘 안돼요.






"엄마, 나도 얘(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아가야. 엄마가 너의 말을, 너의 모든 속도에 맞추어 줄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단다, 내 사랑하는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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