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육아 중이신 조부모님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by 말선생님

바야흐로, 황혼 육아의 시대다. 거리를 다녀 보아도, 하원 시간에도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손주, 손녀를 맞이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다. 치료실 안에서의 풍경 또한 다르지 않다. 현장에 처음 나왔을 무렵인 10년 전만 하더라도 조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이 10명 중 3명 정도였다면, 요즘은 10명 중 절반 이상은 조부모님과 함께 치료실에 오는 아이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맞벌이가 많아지고 있고,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은 친정(아내의 입장에서) 혹은 시댁이 되었다.



우리 집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출산 이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친정 엄마의 도움이 너무나 절실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는 시어머님께서도 도와주셨지만 어찌 되었든 엄마와 아빠가 출근했을 때 손주와 손녀를 돌보는 것은 이제 막 50세 중반을 넘기신 양가 부모님께 책임이 전가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드린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내 나름의 분석을 해보니(나의 일이 된 이상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부모님, 그러니까 친정, 시댁 부모님의 연세는 굉장히 범위가 넓었다. 결혼을 일찍 하신 분은 이제 막 50대 초반이신 분들도 계셨고, 늦둥이로 자녀를 보신 분들은 연세가 60이 다 되어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엄마, 아빠의 나이 또한 하나의 이슈가 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 부모님은 30대 초중반의 자녀, 그리고 손주 손녀를 보게 되셨다. 물론, 그중에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고, 결혼은 했지만 자녀가 없는 친구들도 있다.


친정엄마께 꼭 선물해드리고 싶은 그림책, 넉점반, 윤석중, 창비.


자녀의 결혼 유무, 자녀의 유무를 떠나서 오늘은 친정 부모님 혹은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면서 느꼈던 것, 그리고 차마 전해드리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부모님께서 우리 세대를 양육하실 때에도 분명 육아나 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있었다. 다만, 정보를 얻는 통로는 주로 이웃집 누군가 혹은 방문 학습지 교사, 또는 학원 선생님 정도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스마트폰 안에서 손가락만 터치하면 육아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도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선생님께서 에*넷 사이트를 알려주셨던 때가 2000년도 완전 초반이었으니.


내 기억으로도 알림장에 숙제를 제대로 받아 적어오지 못하거나 숙제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 엄마는 위층 친구네 집으로 올라가셨다. 요즘 같았으면 담임 선생님께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보내거나 반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았을 것이다.


요즘은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육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나마 육아를 체험할 수도 있다. 육아나 교육 관련 방송을 보지 못하면 다시 유튜브를 통해 찾아볼 수도 있고, 비록 아이가 없더라도 육아 전문가의 글을 구독 설정해놓으면 매일 전문가의 글을 통해 육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부모님 세대는 육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요즘 세대 언어로 단정 짓자면 '카더라' 통신과 경험으로 육아를 하셨다. 이웃집 누구도 그랬기 때문에 잘 자라 주었고 나의 배우자도 나도 그렇게 잘 키워 주셨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양가 부모님의 경험이 존경스럽다고 여겨지지만 나의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는 순간 트러블이 시작된다. 처음 마주했던 문제는 '군것질에 대한 일관성'이었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도 일관성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양한 매체들을 통하여 들어왔던 터라 아이에게 한번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주고 싶었지만 조부모님은 일관성을 유지할 에너지가 많지 않다.


퇴근하고 난 이후에 집에 오면 쓰레기통 안에 그동안 아이에게 주지 않았던 군것질거리의 흔적들이 보인다. 사탕, 주스 포장비닐들이 보일 때, "엄마, 온이한테 사탕 주셨어요?" 물어보면 그 순간부터의 분위기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여태껏 자녀를 키워오셨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육아 방식에 대해 '전문가 누가 이렇게 말했답니다'라는 설명을 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두 번째 마주했던 문제는 미디어 노출이었다. 이는 치료실 안에서도 특히 많이 접할 수 있는 문제인데,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너네들도 다 TV 보면서 배웠어!' 이 말씀을 하실 때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가정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TV를 거의 켜지 않았고(요즘은 코로나 관련 뉴스 때문에 켜는 시간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다), 신랑과 함께 양가 부모님들께 이 부분은 꼭 말씀드리자고 합의를 했었다. 생각해보면 조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손주 손녀가 TV를 보는 시간을 굳이 막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잠시 아이가 미디어에 집중해있을 때 자녀의 집 청소를 더 해주실 시간이 생길 수도 있고 반찬이라도 한 가지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으니.



내가 생각한 이에 대한 두 가지 해결방법은,

1)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2) 미디어 노출이나 군것질거리 노출에 있어서는 일정한 시간이나 개수를 약속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조금 삐그덕 거릴 수도 있겠지만 이 두 가지의 틀 안에서 육아가 이루어진다면 서로의 감정이 쌓이는 것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는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월 1회 이상 주말에 함께 식사 시간을 갖고 있고, 군것질에 있어서는 우리 부부가 친정 혹은 시댁 부모님께 하루에 몇 개까지의 규칙을 정해드리고 있다.



오늘은 코앞 거리 친정에 다녀오면서 신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도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스마트폰이 보급된지는 겨우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부모님께는 어려운 존재이고 매일매일이 무언가를 배워야만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계신다.

온이가 10년, 20년 후에 신기한 기계를 들고 온다면 어떨까? 우리 부부는 우리가 시대에 뒤쳐져 간다는, 기계로 인해 소통에 장벽이 생긴다는 것을 깊이 느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양가 부모님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까.




최근에 네이버 밴드 페이지 운영을 시작하면서 밴드 페이지의 이용자 연령대를 분석해보니 40~50대가 1위라는 글을 보았다. 어떻게 하면 손주 손녀를 돌보시는 조부모님들께 언어발달에 대한 팁을 쉽게 전달 드릴 수 있을까? 최대한 그분들의 연륜과 경험을 존중해드리면서 가정 안에서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오늘의 글은 그럼 워밍업이 되는 걸까. 코로나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이 시기에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의 부담감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좁혀지지 않는 세대 간의 간극이 좁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모색에 있어서 언어발달, 심리상담, 그 외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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