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은게 가장 좋은 거였는데.
새로운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다. 유치하지만 혹시나 나의 글을 읽게 되시는 엄마, 아빠, 주 양육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금 더 솔직히 기록하자면, 아이를 직접 양육해보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일을 하기 전까지는 '말로만 전달했던' 아이의 언어 촉진 방법을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기록해보고 싶었다.
워킹맘이 토킹맘이 되는 언어수첩
이름이 꽤나 유치하다. 책으로 나온다면 아무도 사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언젠가 다시 큰 제목은 바꿀 수도 있겠지만. 치료실 안에서 그리고 종종 만나는 분들께 받는 '언어발달' 관련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고 싶었다. 네*버 블로그로 이미 그러한 글들을 많이 써오고 있었지만, 광고나 수익 욕심 없이 순수하게 나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설레는 일인 것 같다.
이 메거진에서 쓰인 글은 무엇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주양육자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워킹맘'은 꼭 오피스에 출근하는 워킹맘을 칭한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온종일 양육하는 엄마도, 오피스로 출근하는 엄마도, 재택을 하는 엄마도, 우리는 모두 '워킹맘'이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맘'이라 조금 애매해지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퇴근길, 혹은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 나의 글을 마주하시는 분들께 힘을 드리고 싶었다. 글의 양을 점점 줄이고 문장 안에 힘을 싣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시작하기 : 아이의 관심사 따라가기.
서점에 출간된 모든 언어발달 관련 책에서 맨 앞 장에 나오는 제목 혹은 중간 정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제목이다. 언어치료를 처음 배웠을 때에도 '아이의 관심사'는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정 안에서였다. 아이를 직접 양육해보니 아이의 관심사는 보이는데 어느 순간 아이를 나의 틀에 맞추게 된다.
오늘은 야심 차게 퇴근 후에 아이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 계획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늦게 온다고 울고 있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차 문 앞에서 "엄마 오면 차 탈 거야'라고 말하면서 집에 안 가려고 했더란다. 아이를 두고 토요일 이른 아침에 출근길을 나선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케이크를 평소에 좋아하니까 이 활동을 하다 보면 나 또한 육아서에 나오는 예쁜 사진처럼 아이와 예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예쁘게 만들어지면 sns에 자랑을 해볼 수 있을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역시 나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생크림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30개월 아이가 생크림을 보고 유혹을 참기란 그 자체가 고문이었을 것이다.
'이 더운 날 내가 이 재료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얘는 왜 대체 생크림을 빨아먹는데만 관심을 보이는 걸까? ' 아이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한다. 기록하면서 생각하자면 아이에게 생크림을 조금만 먹으라고 했던 것은 나에게 맛있는 마카롱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잔뜩 사주면서 "이거 네 것이긴 한데 그래도 내가 먹으라고 하기 전까지는 먹지 마."와 비슷한 요구였을 것 같다.
아이는 계속 생크림을 요구했다. "케이크 줘, 하나만 줘, 크림 줘!."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시나리오대로 아이가 행동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너무 속상했다. 결국 생크림과 데코레이션을 재빠르게 하고 케이크는 냉장고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언어치료 현장에서 이러한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더라면 분명히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어머님, 생크림을 보고 참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이에게는 혹독한 고문이었을 수도 있어요. 기다리는 시간이요."
늘 하는 실수였다. 내가 세운 목표대로 아이의 발화를 이끌어내고 단어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고 확인을 받아야 할 것만 같은데. 아이에게는 소중한 놀이 시간, 엄마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 선생님과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빼앗겼을 것이다. 치료실 안에서 하는 실수를 그대로 내 아이에게, 내 아이에게 하는 실수를 치료실 안에서 하고 있었다.
언어발달 전문가들은 아이가 언어를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루트는 책이나 그림과 같은 자료를 통해서도 있지만, 아이가 속해있는 일상생활 안에서 배우는 경우라고 이야기한다. '우발 학습법' 또한 이를 말하는데, 엄마가 아이가 그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간혹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 그럼 통 안에 사탕을 넣어두고 뚜껑을 닫아서 우리 애가 '사탕 주세요'를 꼭 정확히 이야기해야만 줘야 할까요?"
다소 비전문가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답 key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에 비해 너무 과도한 요구가 주어지면 아이는 긴장감을 먼저 느끼게 된다. '말'에 있어서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낮에 '케이크에 생크림 발라, 푹신푹신해, 하얀색이지, 과자는 동그라미야, 초콜릿은 갈색, 이거 무슨 색이라고? 아까 이야기했잖아!' 엄마의 자극만 잔뜩 쏟아 놓았더라면 어땠을까? 온이는 아예 엄마의 언어 자극이 들어갈 틈 조차 주지 않았지만.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려면 엄마의 관심사를 하나 버려야 하는 것 같다. 대부분 엄마의 관심사는 '청소'일 것이다. 아이가 생크림을 옷과 얼굴에 발라놓으면 치워야 하고, 씻겨야 한다. 바닥에 있는 재료들을 다 정리해야 한다. 케이크 재료는 대체 그럼 왜 사 온 걸까?
올바른 예는 이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와, 생크림 맛있지. 정말 달콤하다. 하얀색이네.
온이야 우리 차도 하얀색이잖아.
맛있어? 달지? 이제 또 뭐 올려놓을까?"
아이는 어쩌면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엄마, 나 아까 아빠랑 둘이 있었는데 조금은 슬펐어요.
아빠랑 밥도 먹었어요. 엄마 보고 싶었어요.
엄마의 관심사가 청소라면 청소를 잠시 내려놓고, 엄마의 관심사가 아이의 학습 능률을 높이는 거라면 그 욕심 또한 잠시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특히, 숫자, 한글은 아이들이 5살이 넘어가면서 각 가정마다 마주하게 되는 불청객이 될 수 있는데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놀이를 할 때에는 숫자와 한글을 자연스럽게 노출을 시킬 수는 있겠지만 주된 목적이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퇴근 이후, 혹은 하루의 집안일을 마치기 전 시간에 아이와 놀아줄 때, 단 10분만큼은 아이의 관심사에 우선을 두는 것은 어떨까? 아이의 관심사에 우선을 두려면 나의 시간, 나의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아이의 만족감이 충족이 되면 엄마의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름이 만들어질 것 같다. 요즘 기록이 그렇게 유행이라고 하니, 나도 기록해보아야겠다.
Q) 나의 일상의 틀에서 가장 깨기 힘든 틀은?(예 : 매트 위에 블록은 늘 상자 안에 담겨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모습을 다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건 결코 볼 수 없다)
Q) 그 틀이 언어발달을 촉진하는데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나요?
Q) 해결할 수 있는 혹은 조금은 포기할 수 있는 틀은 무엇일까요? (예 : 아이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매트 위에 블록을 다 꺼내서 함께 놀다가 아이 아빠가 퇴근을 하면 분업을 합니다).
* 메거진 제목은 <워킹맘이 토킹맘이 되는 시간> 에서 <워킹맘이 토킹맘이 되는 언어 수첩>으로 바꾸었습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해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내 손 안에 '언어 수첩'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