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그림책 '완두' 너에게 위로를 얻다.
어른이 된 완두를 마주하며.
출근을 할 때만 해도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어느덧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맑아졌다. 남부지방은 비 피해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오늘 하루는 마치 어제의 연장선 같이 그렇게 지나갔다. 오늘따라 매 시간 들어가 보던 뉴스가 보고 싶지 않았다.
온이는 요즘 종일반 일수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종일반이라고 해도 그렇게 길게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신랑이 5시 30분 정도에 하원을 해주었다. 대게 종일반의 이미지는 7시를 훌쩍 넘긴, 하늘이 어둑해지는 때에 아이가 하원 하는 그런 이미지였기에. 5시 반은 날이 어둡지 않아서 그런지 온이도 잘 적응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오니 문 밖에서 온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편의 톡에 의하면 빨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고 했지만. 엄마의 촉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엄마가 하원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껏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빠가 왔다. 엄마가 하원을 하면 함께 집 앞 산책도 하고 그러지 못할 때엔 카페에서 마들렌이라도 사주는데. 아빠는 안타깝게도 그런 센스가 없다. 여러 가지로 온이는 심기가 불편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애먼 빨대에게 그 화를 푼 것 같다.
아이는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본인도 할 일이 산더 미였을 텐데. 그것들을 포기하고 온 신랑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체 애한테 뭐한 거야?" 묻고 싶었다. 그래도 꾸욱 참았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빨대를 찾아서 물병에 꽂아주니 벌컥벌컥 물을 빨아들였다. 신랑이 빨대 꼭지를 찾으려고 진땀을 흘린 흔적이 주방 곳곳에 보였다. 식기 건조대에 올려놓은 접시, 그릇들이 한가득 옆에 쌓여 있었다. 빨대 꼭지가 그렇게 구석에 있을 리가 없는데. 신랑도 아이의 울음 앞에서 당황했을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생각해보건대, 일을 줄여야 하는 건 올바른 결정이었다. 그런데 두 직장 모두 아예 놓아버리기에는 놓치기 아까운 각각의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리고 시간 조정만 어떻게 해본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지인들은 나에게 명확한 답을 줄 수가 없다. 나의 상황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참 미안한 일이다. 그 고민을 들어주려면 상대방도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토요일 출근을 조절해볼까, 평일 하루 출근을 조절해볼까, 여러 가지 고민이 계속 머릿속에 회전되고 있었다. 왜 나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하긴, 20살 대학생이 육아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 그냥, 내 마음이 너무 슬펐다. 아이를 나에게 맡기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온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에 찾아오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이 내 마음을 너무 불편하게 했다.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잠시 왔는데 우편물이 와있었다. 이전에 서평단 활동을 했던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어쩌면 한 권의 '선물'이었다. 이미 잘 알려진 그림책 <완두>. 이번에 새로 여름을 맞이하여 표지와 내지에 옷을 새롭게 입은 그림책이었다. 유명한 책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다. <완두> 작가의 다른 그림책 <내 안에 공룡이 있어요!> 책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책이었기 때문에 우선 믿고 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왠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책처럼 아이들도 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완두'는 정말 작다. 너무 작아서, 점점 자라면서 여러 가지 제약을 마주하게 된다. 작은 체구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handicap'이 되는 것이다. 너무 작은(책의 표현에 의하면) 완두는 계속 그림을 그린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엾은(이 또한 책에 나오는 표현이다) 우리의 완두는 성인이 된다. 그리고...
완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세요?
여러분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성인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신체에 딱 맞추어진 자신의 집에서 마음껏 자신의 일을 하면서.
책을 다 읽자마자 예쁘게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책이 쉽게 덮어지지 않았다. 나의 상황이 그러하다고 느껴서 그럴까? 어제 온이가 마음을 무겁게 해서 그런 걸까? '완두'의 작은 체구는 마치 '육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받는 제약들이 알려진 것들 이외에도 얼마나 많을까. 육아가 여성의 경력 유지 혹은 직장 안에서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일종의 '핸디캡'이 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완두'는 자신의 길을 잘 찾았는데, 나는 어떨까?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은 짧은 지식이지만 그림책 소개글을 올리는 것, 언어치료 활동 후기를 올리는 것,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는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인데. 이 안에서 나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 완두를 보니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내가 바라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어젯밤 잠을 자면서도 온이는 계속 뒤척이며 울었다가 다시 잠을 들었다가를 반복했다. 너무 깊이 걱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종일반에 적응하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거운 생각이든 가벼운 생각이든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종일반에 적응이 계속 어렵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접목시키면서 그리고 온이를 최대한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리라고.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2020년, 연초부터 쏟아져 나오는 책에서 모두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아하는 엄마에게 아이를 돌보며 나를 개발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골든타임'이라는 것.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나의 아이야. 출산 6개월 만에 단유를 하고 주 1일, 2일, 3일, 6일... 야금야금 출근 일수를 늘려온 욕심 많은 엄마가. 네가 29개월이 되어서야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찾아가고 있어. 너에게도 엄마의 일이 '엄마와 떨어져서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아직 세상 물정을 다 모르는 엄마의 욕심일까. 그 보석 같은 일을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