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선생님 Oct 06. 2024

인스타그램 로그아웃.

7년간 운영했던 계정을 쉬어가며.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을 로그아웃했다. 7년간 아무리 바쁘고 속상하고 힘들었던 때에도 놓지 않았던 나의 계정. (2015년부터 기록한 개인계정은 아직 로그인 상태다. 인스타그램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진 않기 때문에...) 브랜딩이 될 수 있어서, 소통할 수 있어서, 어떠한 기회를 마주할 수도 있어서 운영해왔던 나의 계정.


팔로워 8천명을 앞두고 있었고, 어떤 이벤트를 소소하게 해볼까? 혼자 구상을 하던 찰나였다. 대학원이 많이 바쁘지만 인스타그램은 놓을 수 없었다. 왠지 나의 살아있음을 알려야 할 것만 같았고, 게시글을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진 않다고 느꼈다. 7년간 운영했는데 손에 익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인스타그램을 닫아두기로 결정한 첫 번째 이유는 정신적으로 내가 많이 약해져있다고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글과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판단이 들었다. 모든 게시글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알 수 없는 어두침침한 무언가가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안에 수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때로는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다이어리를 꺼내서 6개월, 1년 3년 후의 계획을 다시 점검해보았다.

- 지금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중요한가?

-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수익화가 되는가?

- 지금 공부와 육아보다 인스타그램이 중요한가?

-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브런치 중 어떤 플랫폼이 나에게 더 맞는가?



남편과도 이야기를 나누다가(옆에서 그간 나의 모습을 보아온 1인으로서) 인스타그램을 잠시 중단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스타는 처음부터 서브로 시작한 계정이었는데, 시간의 흐름과 분위기, 휴학, 등등의 상황으로 주가 되기도 했다. 나는 글을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읽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인스타그램과 언제부터인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찰나이기도 했다.


이 생각은 내가 유식하다거나 교양인인 척 가면을 쓰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나는 어렵사리 복학을 해서 진이 빠지게 대학원을 다니고, 새벽에 눈을 비비며 논문을 읽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찍어올린 원서가 -> 누군가에게는 '자랑질'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예전에 싸이월드도 페이스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판단해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보며 기분이 오염되고, 나도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스레드 창을 열곤했다. 쏟아내면 기분이 잠시 후련해지기도 하지만, 보는 이가 동의를 해주지 않거나 반응이 없으면 지하 1충이었던 기분이 지하 5충까지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매번 출근을 하다보면 에너지가 많이 들기에 온라인으로만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직장 동료들과 잠시라도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대학원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살얼음판같이 수업시간이 긴장되기도 하지만, 분명 온라인수업 때보다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의 교류에서 연결고리가 단단해짐을 느꼈다.



언젠가는 인스타그램에 다시 돌아갈 계획이 있다. 빠르면 11월, 늦으면 12월, 내년 초가 아닐까. 그렇다면 또 어느정도 절제를 하다가 똑같은 패턴이 이어질 수도 있다. 요즘 결혼관련 프로그램에서도 sns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진짜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 않는다고 알고는 있지만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 웬만하면 산 속보다 비싼 호텔에서 찍어 올리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 아닌가.


올 가을은 더 풍성하게 글을 읽고, 책을 쓰고, 배우는 계절로 보내고 싶다. 나를 자학하듯 좋지 않은 콘텐츠에 반응하기보다 예쁜 글과 아이, 지식을 담아보자. 7년간 운영했던 나의 계정, 잠시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