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엄마의 시선에서의 정책,
선배 엄마들은 늘 이 말을 하곤했다. "지금이 좋을 때야. 아이 유치원 다닐 때까지 하고 싶었던 일, 공부 다 해!" 머리로는 이해가 갔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좀 다르겠지' 생각을 1%는 갖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바람을 그 말을 듣는 순간마다 담았을 지도. 많은 엄마들이 버티고, 버티다가, 퇴사를 결정하는 시기는 아이의 초등 입학 무렵이 가장 많다고 한다.(최근에는 어떤 데이터가 있을지 찾아보아야 하지만!)
나의 일은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슬슬 시동이 걸리는 직군이다. 언어치료사뿐 아니라 사교육 계열의 직군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듯 하다. 아이 등원을 시키고 난 후, 오전에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출근길을 나서면 늘 교문 앞에 서성이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들은 일을 안 하는걸까? 휴직 중인 걸까?' -> '나도 일을 관두고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 -> '분명 이전엔 커리어우먼이었거나, 혹은 회사 반차를 쓰고 나온 엄마들도 있을 거야.' ---> '아, 이제 내 차례구나.' 이렇게 나의 의식은 흐르고 있었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에는 치료실에서 뽀로로 장난감만 보아도 울컥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아이는 지금 어린이집에 있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걸까? 차라리 다른 사무직이면 이런 생각을 안 하려나? 다행히 이 생각은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만큼 자랐고, 나도 점점 일과 내 아이에 대한 감정을 분리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잘 버텨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 해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꼴찌, 학원에서도 꼴찌, 그 어느 곳에서도 6시까지 엄마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처음엔 '이 동네는 엄마들이 다 일찍 데릴러 올 수 있는 환경인가보다.' 생각을 했다가 점점 나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 화살의 방향이 옮겨졌다. 대학원 생활까지 병행하자니 미칠 노릇이었다. 오후 5시만 되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집에 갈 때의 아이의 마음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약했단 말인가. 출산 100일 후부터 구인구직 사이트를 드나들던 그 강철심장은 어디로 간 것인가.
요즘 초등학교는 돌봄교실과 방과후로 정규수업 이후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누구는 학원으로, 누구는 돌봄 선생님을 가정에 부르기도 한다고. 이전에도 익히 알고 있었던 사전지식이지만 내 아이에게는 무엇이 적합할지 아직 깜이 오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일의 끈을 놓을까 말까 고민하는 선배 엄마의 마음도, 동료 엄마의 마음도, 앞으로 경험할 후배 엄마의 마음도, 감히 공감할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돌봄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를 최대한 빨리 집에 데리고 오면서 그 안에서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일텐데. 어느 나라에서 그러한 환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참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 돌봄, 그리고 양육자의 일에 대하여.
출산 이후에 세상이 다르게 보였듯이,
아이의 초등입학 이후에는 또 다른 세상이 보일 것 같다.
내 일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일찍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