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실에서 가장 마음이 분주해지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3~4월 무렵인 학기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11~12월 연말이 되면 마음이 늘 초조해지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초등입학 준비에 슬슬 시동을 거는 때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이전에도 초등입학을 염두해두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더 본격적으로 연료를 마련해야 할 시기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 갑니다.
브런치 공간에 처음 인사를 드렸을 때는 아이가 36개월 무렵이었는데, 이제 내년이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갑니다.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부모인 저로서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7년의 시간 동안, 아이가 8개월 무렵부터 일터에 복귀해서 일을 시작했고, 대학원에서 학습장애 교육 과정을 3학기 차로 밟고 있네요. 겉으로나 실제로나 아등바등 살아가는 하루살이 엄마이겠지요.
일을, 잠시 쉬고자합니다.
저는 임신했을 때에도 일을 쉬리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100일이 지나면 주 1회라도 일터에 나오고 싶었고, 코로나 시기에도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5시 이후 수업' 시간만 되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직업 상 당연한 일인데,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혼자 남아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점점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왜 초등학교 언니들 엄마보다 더 늦게와?' 아이가 학원에 혼자 남아있으면서 이 말을 할 때면 내려앉은 마음을 더 꾹꾹 누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인생 긴데, 잠시 쉬어가볼까?' 이 생각을 올 봄 무렵에도 했는데, 현실이 되었네요. 네, 저는 12월 31일이 지나면 잠시 기관 출근을 쉬어가려고 합니다. 재정비기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홈티칭을 다닐 수도 있고,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발행하거나 책을 쓰는 작업은 이어가겠지만, 기관 출근은 잠시 쉬어갑니다 -
사실,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일을 쉬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철없이 유튜브도 하고 싶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바람과 실제 현실은 다를 수 있겠지요. 아무튼, 일을 정리합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떠날 때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지만, 아이에게 7년간 진 마음의 빚을 잠시나마 갚아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선배 엄마가 그런 말을 해주더군요. 학부모가 되어야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다고요! 언어치료실 안에서는 전문가의 옷을 입고 수많은 조언을 드렸는데. 내 아이의 입학을 앞두니 다시 백지가 된 것만 같습니다. 온이와 저의 초등입학 준비 이야기, 이 공간에 나누어볼게요. 함께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