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현명한 엄마, 현명한 프리랜서로 갈아갈 수 있을까?.

by 말선생님

올해 7월은 출산 이후 가장 바쁜 달이었다. 모든 일이 한꺼번에 몰렸고 그 일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책임감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하나의 일은 정리가 되었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바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바쁨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고 무엇보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종일반에서 내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나의 아이를 생각하면, 일의 우선순위를 객관적으로 정하기가 더 어려웠다.

신기하게도 모든 일에 '아이'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가 클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아이가 없었을 때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직장 동료의 말 중 하나가 '집에 아이가 있어서'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지금 나는 그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있다.



이제 좀 한숨 돌리고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 생각하며, 지난 주말에는 휴가 이후 주중에는 밀린 약속을 몰아서 잡았다. '다시 바빠지기 전에'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현장에서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이 더운 날씨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와의 수업을 위해 먼 거리를 오고 있었고, 나는 수업에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나름 하고 있었다. 이제 하나둘씩 늘어나는 시간표를 조정해가며, 아이들의 개학 일정에 따라 9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8월 14일.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옆 지역에서 확진자가 70명이 넘게 나왔다. 지난주에 여행을 다녀온 지역에서는 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1시간은 더 걸리는 이태원에서 확진자들이 나왔을 때도 휴관을 했던 기관 었는데, 휴관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 또 쉬겠구나.'


다시, 2020년 3월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2020년 1월 말, 바빠진 일정에 따라 머리를 쥐어짜며 시간표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 시간표는 송두리째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아예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휴관이 맞는 건데, 불안정한 급여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오늘 퇴근 후 아이와의 산책 길. 야속하게도 하늘은 예뻤다.


9월부터 다시 코로나가 재 확산될 것이라는 연구자들의 말은 사실이 되었고, 오히려 보름 더 앞당겨진 8월 중순에, 경기도 전역을 휩쓸고 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확진자가 몇 명으로 늘어나 있을지, 방역당국에서는 어떠한 조치와 결정을 내릴지 살펴보아야 한다. 3월과 같이 확진자 수와 당국의 보도를 보기 위해, 평소엔 잘 보지도 않는 TV 앞을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실천된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일 관건은 아이다. 혹시나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면, 긴급 보육을 실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아이가 자는 시간에만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기는데.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데 아이는 자지 않는다면? 재택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아이가 나에게 일을 할 시간을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akaoTalk_20200722_122735079.jpg


코로나는 숨 돌릴 시간을 아주 잠시 주었을 뿐, 결코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의 깊숙한 곳으로 영역을 뻗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주변 엄마들로부터 받는 질문 또한 달라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글 교육은 어디가 좋은지, 문화센터는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지, 영어 유치원은 어디가 나은지, 사교육에 초점을 둔 질문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는 그렇지 않다.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할지, 굳이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아이와 가정에서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최대한 이동을 덜 하면서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이 질문의 주된 초점이 되었다.




아이 엄마로서, 프리랜서로서, 어떻게 이 시기를 지나가야 할까. 일에 있어서의 방법은 온라인 안에서 하나둘씩 집을 지어가는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는데, 육아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KakaoTalk_20200815_121525300.jpg

'엄마가 일을 좀 해야 하니 너는 좀 빨리 자거라' 이런 강요보다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질적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육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재택근무로 일을 전환시키려고 하는 것도, 출퇴근 일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도, 가장 중심축은 내 아이였기 때문에.





'아이가 있기 때문에' 이 말이 나 스스로 만들어낸 제약, 타인이 나에게 가까이 오게 하지 못하는 장벽이 되지 않기를. 코로나가 그 장벽을 더 강하게 만들어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그토록 하고 싶다던 블록 놀이를 더 오랜 시간 함께 해주어야겠다.


아. 혹시나 가정보육을 하게 된다면. 엄마만의 시간을 하루 일정시간 준다면 나 또한 신랑에게 퇴근 이후에 신랑만의 시간을 줄 수 있을텐데. 아빠들이 일찍 퇴근하는 세상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서른셋, 난생처음 대구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