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그리고 프리랜서 3년 차.

매일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다.

by 말선생님

어느덧, 출산 이후 일을 다시 시작한 지도 3년 차가 되어간다. 대학원 재학 중에도 프리랜서 일을 해왔지만 당시는 일을 하는 신분보다는 '대학원생', 즉 '학생'의 신분이 더 강했다. 일을 하는 목적은 전문성을 키운다기보다는 밥값을 벌고, 커피를 워낙 좋아했으니 커피값을 벌기 위함이 전부였다.


물론 대학원에 다니면서 만난 아이들, 부모님들과의 연결고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지만 당시는 수료 이후 무조건 정규직에 들어가리라 생각했다. 논문보다도 정규직이 우선이었다.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도 주 5일 직장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고 나 또한 그렇게 맞추어 나가고 싶었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상대방과 직장 패턴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한다는 나만의 근거 없는 틀이었다. 남자 친구가 야근을 하면 나도 야근을 하고 싶었고, 넘쳐나는 서류 업무와 케이스에 대한 스트레스를 휴가를 통해 풀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과 출산은 나에게 정규직과는 점점 멀어지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후배 언어치료사들이 가끔 질문을 한다. "선생님, 프리랜서가 나아요? 정규직이 나아요?" 출산 이전에 나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당연히 정규직이죠. 그래야 휴가도 편하게 가고 퇴직금도 적립되고 이력서에 조금 더 탄탄하게 적을 수 있죠." 이런 대답을 했지만 출산 이후, 그리고 코로나를 지나면서 나의 대답은 "글쎄요."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굳이 선택을 하자면 결혼과 출산 전에 정규직을 경험해보는 것은 추천해볼 만한 것 같다. 아이가 생기고 난 이후로는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풀타임 직장일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주말에 문득 <육아 말고 뭐라도> 책이 생각났다. 왜 이 책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집에서 가까운 서점에서 작년에 살짝 보고 내려놓은 책이었는데 당시엔 이 글에 책에 별 관심이 없었다. 창업을 할 생각은 0.1도 없었고 그냥 스타트업에 성공한 엄마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생각했다.

사실, 이러한 주제의 책이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이가 24개월이 지나면 정규직에 갈 생각이었으니 나는 1급만 취득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이후 나의 선택은 다시 프리랜서를 유지하는 쪽으로 향해있었다.


책 안에 나오는 (이제는) 각 회사 대표님들은 모두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엄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업을 목적으로 직업을 선택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임신과 출산 이후 사회의 장벽에 부딪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과 연결이 된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지금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은 코로나 이후에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많은 엄마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야 온라인 플랫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구글 스타트업 안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었고 그를 기반으로 창업을 꿈꾸는 엄마들이 있었다.




나 또한 온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은 블로그였다. 블로그 안에서는 내가 '엄마'가 아니라 '언어치료사'로 머무를 수 있었다. 교재교구를 소개할 때에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룹치료 팁을 기록할 때에도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모두 쏟아낼 수 있었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과 이웃을 맺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선배 엄마들의 글을 보면서 언어치료사 일을 계속 하기는 하겠지만 글을 쓰는 일은 꾸준히 하겠노라 다짐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애드포스트'가 있어서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는 있지만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고 한 2년 정도는 내 글에 광고를 띄우는 것이 왠지 찜찜해서 주변의 권유에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영을 하다 보니 수익구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꼭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고가 어떻게 뜨면 어떤 키워드로 수익이 나에게 오는지 그 구조가 궁금했다. 수익은 사실 관심을 크게 가질 만큼 많지는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해준 대로 소소하게 마카롱을 주문할 정도나 배송비를 차감할 수 있는 정도로 받을 수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구독자가 10명이었는데. 어제, 100명이 넘었다!


그리고 브런치, 가장 최근에 시작한 네이버 밴드 페이지. 이렇게 글을 쓰는 공간을 하나둘씩 늘려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고, 브런치나 네이버 밴드 페이지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언어치료는 내가 오래 해온 일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지게 된 거지만 글을 쓰고 상담을 하면서 그것들을 조화시키는 것, 그림책을 소개하는 일은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찾은 나의 두 번째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새롭다.





2020년 상반기는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앞 날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게 어찌 보면 언어치료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적어도 종합병원 정규직에 취직하고, 안정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을 한다. 육아 휴직을 한 직장 안에서 두 번은 쓸 수 있으니 나머지 한 번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쓴다.' 이러한 틀을 가지고 나는 나름 앞날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꼭 육아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이 브랜드가 되고,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언어치료를 공부해왔고 배움에 들인 돈(?)이 많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 위해 이 일에 올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생각이 될 수도 있다.


프리랜서든 아니든, 꾸준히 세상을 읽는 눈을 키워야 하고 공부해야 할 때가 왔다. 전공 공부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엄마'라면 더 그래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 속에는 직장인들이 바쁘고 때로는 멋지게 연출되지만 그보다 더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고 전문성을 키워가는 사람은 어쩌면 엄마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들의 창업 이야기, 프리랜서로의 전향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능력 있는 엄마들이 창업을 계획하기 전에 직장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더라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외부가 아닌 회사 인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펼치고 회사의 수익 또한 창출할 수 있었을 텐데.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임신을 앞두고 있는 누군가에게 사회 또한 예비 엄마가 출산 이후에도 전문성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이후 면접관에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찜찜함이 남는 질문을 받는 일이 더 이상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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