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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Oct 19. 2015

부모인 나를 이해하기

나를 아는 만큼만 자녀를 안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며 할 수 있는 한 가장 바람직한 양육을 통해 행복하길 바랍니다. 특별히 상담실까지 아이와 함께 찾아오는 부모라면 더더욱 그런 분들입니다. 조금이라도 무언가 노력해서 아이와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이와 함께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 상담실에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은 많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서 오시는 분들입니다. 


  확실하게 꼭 말해두고 싶은 건 충분히 사랑해도 오해와 갈등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아이를 얼마나 이뻐하는데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변명이 아니고 진심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이 아이들에게 비유된다는 것이 기분 나쁘실 거라는 걸 전제하고서라도요. 식물이든, 물고기든, 강아지든, 고양이든... 무언가를 기르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하신다면 맨 먼저 무엇을 하시게 되나요? 우리는 먼저 카페 같은 곳을 찾아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르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서 자며, 어떤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는지 기르고자 하는 그 어떤 것이든 특성을 알아보고 맞추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 식물이나 물고기, 강아지, 고양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당신의 소중한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가 사랑하니까 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다만... 반대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결정은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 뿐 내게 묻는 법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부모의 결정에 대해 아이들은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활동적이고 활달한 아이들, 안정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며 책임감이 강한 아이들, 호기심이 많고 만들기를 좋아하며 하나에 몰입하는 아이들, 강아지와 고양이나 친구들에게 온정 있고 따뜻한 아이들... 아이들이 다  그렇죠.라고 하시겠지만 모두가 자신만의 역량을 발휘하고  편안해할 수 있는 환경이 있습니다. 마치 선인장이 물속에서 크지 못하고 연꽃이 사막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내가 가진 아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말이라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단지 내 아이에 대한 정보는 다소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준이 있어서죠. 내가 자녀를 이해하는 주관적인 내 기준이 있습니다.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보통의 아이는 좀 게으르거나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내가 꼼꼼하고 정확한 사람이라면 많은 경우 아이가 좀 치밀하지 못하고 덜렁거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좀 느린 사람이라면 아이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보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융통성이 많은 분이라면 꼼꼼하고 정확한 아이가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는데 나의 삶의 기준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느끼실 껄요. 같은 일을 옆집 아이가 하면 참 대범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좀 객관적인 시각이죠) 우리 아이가 하면 무모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내 아이기에 더 나와  동일시되고 아이에 대한 판단은 마치 오목거울과 볼록거울처럼 쉽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자녀를 정말 잘 이해하고 싶다면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거울이 오목거울인지 볼록거울인지 알아야 내게 비친 자녀의 모습과는 좀 다른 진정한 자녀의 모습을 짐작할 공간이 가능합니다. 정말 아이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자녀를 이해하는 일. 나를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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