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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Jun 12. 2017

거절할 수 있다.

반대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며 협상의 시작입니다.

아들러 부모교육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둘 정도 꼽으라고 말한다면

첫 번째는 격려, 두 번째는 가족회의입니다.

이 두 가지 소통방식은 끊임없는 연습과 실패를 통해 성장해갑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자녀의 거절입니다. 


내가 충분히 생각하고 기다리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에 대해

자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그건 별론데'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상하죠. 

예의가 없다고 느껴질 때도 많고 때로는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우린 오랫동안 부모에게 순종하라를 마음에 새기고 살아온 사람들이니까요.

비록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죠. 

 

두 아이가 거실에서 잘 놀다가 뭔가를 쑥덕거리더니 누나방으로 갑니다. 

둘째가 '엄마 이리 와봐. 작년에 내가 만든 액괸데 아직도 살아있어'
(아시겠지만 액괴는 '액체 괴물'의 준말인데요.
아이들이 풀과 뭔가를 섞어 만든 색깔 있는 젤리 장난감입니다)
전 별로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래? 하면서 아이방에 갔습니다. 

재미있는 건 막내가 문 앞에 서서
'누나, 들어가도 돼?' 조심스럽게 묻는 거죠. 
분명 둘이서 같이 가보자 한 거 같은데.
누나가 '그래 들어와' 할 때까지 방앞에 서있었습니다. 

네 방에 들어올 때 동생은 허락을 받아야 해?
응. 우리끼리 정한 규칙이야. 
나도 쟤 방 들어갈 때 허락을 받아야 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되고. 
막내가 '누나도 내방에 허락받고 들어와. 우리끼리 정했어'

제가 모르는 둘만의 규칙입니다. 
'엄마도 할래? 엄마방도 허락받고 들어갈까?'
'어. 제발... 좀.. 그래 줄래?'

두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건 싫어. 엄마방은 우리 아지트거든.'
그럴 줄 알았습니다. ㅠ

아이들은 1년이나 풀어지지 않고 살아있었다며
신기하다며 좋아라 하네요.
그게 뭐가 그렇게 좋은 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이들이 서로의 방을 들어갈 때 허락을 구하고 

거절하면 들어올 수 없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는 규칙.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여러 규칙들을 제안하고 만들곤 합니다.


규칙들을 만들어갈 때

아이들이 서로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거절을 의사소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거절과 반대가 없이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의견은 표현되지 못할 테니까요.


자녀가 내 말을 거절할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나를 무시한다, 버릇이 없다. 철이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신다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아주십시오. 


그가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내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른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기회를 가진 건 아닐까요.


동의하고 수용하는 것처럼, 

부동의 하고 거절하는 것은 또 다른 의견입니다. 

거절한다는 것은 색깔이 다른 타인이 내 앞에 있다는 뜻이지

나를 배척하거나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도록 내게 훈련이 필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일상에서 경험해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생활이 되면 자녀들은 일상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적의나 소외감, 무시당하는 서러움이라 느끼지 않고

나와는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 그는 나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잘 살펴보시면 우린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거절합니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거절이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부모도 좀 더 솔직하게 거절의 의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 하지만 난 그 일엔 동의하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거절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관계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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