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멍한 시간 공감하기

공감 2- 자녀 공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자신만의 공간의 의미

by 마음자리

때때로 상담시간을 잡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가 바빠서는 아니구요. 자녀의 스케줄이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도 있고 방과 후 공부도 있구요.

이런저런 스케줄이 꽤 빡빡하게 짜여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외에 학원 스케줄이 있습니다.

또 집에 오면 학교 숙제도 있지만 학원 숙제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도 집에서 해야 하는 여러 일과들이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거나 하릴없이 핸드폰을 들고 놀고 있는

자녀를 보는 것이 편안치 않습니다.


전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뭘 하는 건지.
집에 오면 옷 갈아 입고 간식 먹고 그리고 학원에 가야 하거든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방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아요.

방에서 뭘 하냐... 그것도 아니에요.
그냥 침대에 누워있어요.
자는 것도 아니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왜 그러는지. 저러다 학원 지각하고 마지못해 가고...
매번 그런 걸로 싸우게 돼요.
학원 늦는다고 빨리 가라고...

자녀는 공부를 꽤 잘합니다.
스스로도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고
실은 불안을 많이 느껴서 상담실에 왔습니다.

넌 하루 중에 어떤 시간이 제일 좋아?
저요?
(생전 이런 질문은 받은 적이 없다는 듯이 놀랍니다)
음... 가만히 있는 시간요.

가만히 있는 시간?
예. 방에서 가만히 이런저런 공상을 하는 시간요.
제일 편해요. 학교 갔다 와서 잠깐 쉬는 시간요.

그 시간을 색으로 표현하면 어떤 칼라를 선택하고 싶어?
색깔요? 초록색?
한번 그려볼 수 있겠어? 그 시간에 대한 느낌을?

처음 상담실에 왔을 때 미술도구가 싫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그가
별 저항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녹색, 연 노랑
햇살이 띠뜻할 것 같은 너른 초원입니다.
푸른 보리밭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기가 그리고도 썩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참 좋은 시간이구나. 너에게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들은.


어머님께 그 그림을 보여드렸습니다.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참 좋은 느낌이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그다음부터는 그 시간 때문에 싸우는 일은 좀 줄었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결과가 나오는 일은 의미 있는 일로

생산성이 없는 시간은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기가 쉽습니다.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 시험과 관련되면 별수없이

부모는 그 뒹굴거리는 시간을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렵죠.


그래도... 우리땐 좀 허용이 되었던 것 같은데요.

그들에게 결과와 상관없이 그냥 지내며

소위 뻘짓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저런 모험을 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에 심취해서 시간을 보내고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몰입해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가장 좋은 시기는

청소년 시기입니다.


내가 누군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상한 공상, 괴상한 취미, 별다른 행동이

실험되고 모험할 수 있는 안전한 시간도 청소년 시기입니다.


나르다.JPG 밝고 우울하고 슬프고 기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시기. 그는 자신의 세상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학원에서 해보자는 대로만 따라 성실했던 많은 친구들이

대학 상담실에서 던지는 질문은

내가 왜 이 학과에 왔는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입니다.


공감해주십시오.

나의 별 허접한 취미나 공상을 위해 사용하는

엉뚱한 시간들.


그 시간들이 그를 더 창조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더 깊이 있는 인격을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혼자. 방해받지 않고 싶어 하는 빈 공간.

그의 빈 시간과 공간을 공감해주십시오.



_______________________

본 글은 심리상담연구소 心地에서 진행하는

부모성장학교 '따뜻한 말 한마디'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좋은 부모로 성장하고픈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100일 지성을 올리는 정성으로 함께 해주시면

분명 우리 안에 삶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원을 올리며.


www.simjimind.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1. 게임으로 공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