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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25. 2017

詩으아리꽃 반창고_나미래

클레마티스 넝쿨식물은 예쁜 우리말 '으아리' 올해도 잘 부탁해!

2016년 7월에 피어난 으아리꽃
클레마티스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으아리'라는 우리말의 꽃 이름이 숨어 있다. 

 

잔바람이 넘나드는 마른 몸통

겨우내 얼어붙은 그 자리에서

싹을 내줄 준비에 바빴을 너


칼바람 휘감기니

여러 손 가까이에 화들짝 놀랐지

바스락바스락 살이 탄다

널브러진다


넝쿨 따라 시선을 옮길게

하늘 도화지엔 거미줄 걸쳐주겠지

너에 손들은 얼기설기

실랑이를 벌여 자리를 잡겠지

‘으아’ 하며 놀라리

파스텔 색감의 옷을 입힐 으아리꽃


흙에서 흙으로

앞에서 뒤로

공기에서 물길로

얻어터지고 찢긴 줄기 몸은

반창고가 그 아픔 달래니

눈물 머금고 살아났다네


바람 섞인 비를 맞고

말라비틀어진 입술을 벌렸다

더디어진 찬바람 속내를 믿어보리니

손을 뻗어 너의 길을 찾아 올라가리니

꽃 잎 동그라미 그려내리다.


<으아리꽃 반창고, 나미래>


-------------------------

아치 위로 으아리의 줄기가 줄기차게 뻗어올라갈 것이다. 정원의 넝쿨식물 중 요즘 몸값을 올리는 녀석이다.


4일 전에,

장미용 넝쿨아치를 설치했습니다.

작년에 화원에서 사서 심었던

클레마티스(큰으아리)를

옮기는 작업을 뒤따랐지요.


클레마티스라는 이름이 좀 어렵지 않나요? 

저는 이 이름 외우기까지 꽤 오래 걸린 듯해요. 

300여 종이 넘는 꽃으로 

서양에서 넘어온 이름이라고 하네요.

꽃이 크고 여러 색감이 있는 녀석을 총칭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으아리'또는 '큰으아리'라고 부르지요. 

그러니까 

서양의 으아리가 '클레마티스'라고 한다죠.

덩굴식물(넝쿨식물)인 토종 '으아리'는 흰색의

단색에 크기가 좀 작은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클레마티스보단

으아리라는 이름이 정감이 있고 좋네요. 

그래서 으아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집 뒤뜰에는 장미가 아닌

으아리 꽃이 아치를 따라

줄기 넝쿨을 뻗어갔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작년엔, 으아리 화분 5개를 사서

울타리를 뻗어가라 바람을 가지며

이곳저곳 심어두었는데요.

관리를 잘 못한 탓으로

겨울 동안 마른 줄기가 많이 꺾였습니다.


옮겨 심으면서도

불안 불안하더니 결국은 가지가 말렸어요.

꺾어진 것이 못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다시 올해 잘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으아리 줄기가 끊어져, 밴드로 두 군데를 봉합했다. 맞는 처치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의 정성이었다. 
봉합을 한 으아리 새싹이 조금더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난 것이다. 


불안하게 꺾인 녀석들이 몇 군데

보여서요. 밴드를 다 가져다 감쌌답니다.

사전 지식이 전무한 데다

검색을 해도 나오질 않아서

혹여 하는 마음으로

밴드로 사용해 보기로 한 거죠.


3일이 지난 후,

이미 나온 새싹들이 더 입을 벌리고

살아나가고 있더군요.

이런 게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네요.


자연은 이렇게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감사함과 흐뭇함을 안겨주네요.


올해도, 가지와 줄기 넝쿨이 잘 뻗어

초록 초록하고

파스텔 색감이 가득한

으아리 꽃을 피워내길 바라봅니다.



작년부터 으아리꽃의 색감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야생화를 사랑하며 시를 쓰는 아줌마였습니다. 


http://blog.naver.com/akageanne0916/22072068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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