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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23. 2017

詩악동 퍼그, 산동_나미래

6개월 퍼그, 강아지 이야기


6개월 세상의 냄새를 맡았어

입을 열고 공기를 먹었지

손을 들어 가족을 쓰고

눈을 뜨고 식구로 읽었어

코를 열고 규율 장소를 찾아가는 길


악동이 되어가는 너

물고 뜯고 이빨이 간질거려

몸은 부어올랐지만

천방지축 성장에서 멈췄네

 

다리가 떨렸던 작은 몸

이제는 늘어난 살을 안고

다닥다닥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지

아침마다 가족을 깨우는 도우미 퍼그 산동


코가 눌려 코를 심하게 곤다네

살가죽이 자꾸만 늘어나고

이름을 부르면 귀를 흔든다네

눈동자를 움직여 모른 척하고

힘이 넘쳐 철장 울타리 부술 기세네

오줌 더 가려야 하니 참아야 한다네


설핏 방심하면 신발을 물고 오지

먹을 것을 좋아하는 너

자유 급식이 된 너는

이제 크기만 하면 되지

조금만 더 훈련받자.


<악동 퍼그, 나미래>



  추위가 맴돌던 마당 문턱을 넘어 네가 이곳에 온 지 벌써 3개월이 되어간다. 어릴 때 자주 만난 큰 누렁이 강아지의 색깔이었다. 가족들의 손에 의해 잡힌 몸집이 여리게만 보이던 너였다. 너의 작은 움직임에 다가가기 무서웠고, 몸을 들어 올린 여러 손의 자세마저 주의를 이야기했고 실천이 필요했다. 태어난 지 3개월. 네가 우리 가족과 만나 1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1.6킬로였던 몸무게가 3킬로 가까이 늘어났다. 지금은 6개월이 되면서 6킬로 가까이.



  너는 가족들이 부르는 네 이름을 곧잘 기억해 냈다. 어느 순간에도 ‘산동아’라고 부를 때면 귀를 쫑긋 거리고 반응을 한다. 다리에 힘이 생기지 않아, 때론 겁이 많아 오르지 못했던 계단의 공간도 너의 영역에 포함됐다. 좁지만 키가 큰 집. 3층까지의 계단을 오르기는 했으나 내려가지 못한 그 두려움도 어느새 극복하는 듯했다. 우리와 생활한 이후 한 달 반이 지났던 무렵의 이야기다. 계단의 이동을 섭렵한 이후, 아침마다 철망에서 나온 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계단을 오른다. 그곳에 올라 2층에서 자는 아빠와 다락방에서 꿀잠에 청한 오빠를 깨우는 일이다.  


  너는 퍼그 특유의 억울한 표정의 얼굴 때문에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귀여움 뒤에 묻혀있는 너의 함정을 알아야 했다. 네 입으로 가족들을 무는 행동에 대해 훈련이 더 필요하다. 너의 이빨은 아직도 완전하게 나지 않았기에. 많이 간질거려 이것저것 물어뜯고 있다는 것을 안다. 철장 울타리에서 꺼내 자유 시간을 안기면 신발은 어느새 거실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화장실 문은 발가락으로 건드려 그곳의 슬리퍼도 거실 안으로 집합시킨다. 너의 엄마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달려들고 뛰어와 발밑에서 너의 입을 간질거린다. 오래전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듯 너도 또한 그렇다.



  동네 사람들은 5개월이 지난 후부터 너를 보기 시작했다. 예방 접종도 5차가 지난 이후였다. 심장의 소리가 요동친다. 너는 무척이나 많이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 문만 열리면 문이 닫히는 순간의 찰나보다 더 빨리 몸이 밖으로 빠져나간다. 닫히는 것이 네 발걸음의 속력보다 늦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벌러덩 거리며 거리로 나가는 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들도 너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너를 만져보고 싶어 애가 탄다. 달려 다니는 골목길 세상의 네 것인 것만 같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집에 들어가면 언제 철장 신세가 되어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네 오빠는 너에게 ‘우사인 산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지, 집에 들어오기 싫어 달리는지, 붙잡히기 싫어서 달리는지 모를 너의 머릿속에 잠깐 들어가 보고 싶다. “귀여워, 귀여워, 우리 단지에도 이렇게 예쁜 강아지가 있었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너는 이미 알아버렸다.


  4월에는 마당 공사가 기다리고 있다. 네가 뛰어놀아야 할 곳을 조심스럽게 밟아야 한다. 네가 조금만 더 훈련을 받아야 할 이유다.    


#시와 에세이의 만남을 주선해 문장을 그렸습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아줌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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