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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28. 2017

詩한국어 수업_나미래

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한국어 수업 시간입니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새로운 언어가 있습니다

국적은 알 수 있지만,

그 언어의 머리 큰 주인을 잡을 수가 없네요

한국어 수업 시간

전부를 차지한 학생들의 언어가 더 활개를 칩니다


한국어 수업 시간입니다

살금살금 도망가는 한국어가 보입니다

날아오는 외래어에

한 마디를 걸어도

두 마디를 걸어도

입 밖의 한국어는 홀로 교실 안을 돌아다닙니다


차라리

영어라면 좋겠습니다

들을 수 있으니깐요

차라리

일본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반박할 수 있으니깐요

제가 아직도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머리 큰 이들의 중국어가 한국어를 괴롭힙니다.

그 언어가 수업을 잡아먹습니다


중등 아이들에게 잔소리는 먹히지 않습니다

많은 나라의 공통 과제일 겁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그렇다고 하나

언어가 언어답게 살아나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잔소리도 잘 먹힐 수 있는

한국어가 살아나면 좋겠습니다.


<한국어 수업,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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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면서 다른 언어가 자주 침범을 합니다.

다문화 대안학교에 다니는 중국어가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수업이 흔들린 적은 많이 없었는데요.

몇 안 되는 학생들이 같은 국적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 문제의 양상은 달라지겠죠.


최근에 일을 시작한 중등과정의

다문화 대안학교 중도 입국자들의 수업에서

선생님의 한국어가 잘 끼어들지 못하는 낭패를 겪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자질 문제겠지만,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요."라고 하는 것은

지질한 한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수다를 떨다

수업을 시작하면 누워버리는 아이들은

한국의 중등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듯싶습니다.


어쨌거나, 적날 하게 적을 수 없는

수업 분위기이지만,

한국어가, 문제를 푸는 한국어가

교실 안에서 있어주지 않아

나가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드는 수업 시간입니다.


푹 자고 있는 녀석들에게 

제가 수업 시간에 즉석에서 지은 시 

<한국어 수업> 시를 읽었습니다. 

잠결에도 꿈속에도 

이 언어를, 문장을 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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