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와 人이야기_일본 여행에서 만난 벚꽃
일렀답니다, 일렀어요
가지마다 봄물을 담으려 합니다
끓어오른 물길도 가칫거립니다
돌부리에 뿌리가 닿았나 봅니다
소슬비에 꽃잎 고개는 자꾸만 부끄럽다 합니다
일렀습니다, 일렀어요
가지마다 빈 바람 서걱거리며 자리에 앉습니다
분홍 입술 머금고 하늘에 누워 봄을 기다립니다
관광객들의 마음을 훔치네요
무구히 꽃물이 오를 때를 바라봅니다
일렀네요, 일렀어요
꽃비를 내리지 못한 교토의 언덕도
꽃비를 뿌리지 못한 오사카성도
벚꽃 사진을 화병에 꽂아두라 합니다
만개의 시간까지 무연히 잠을 청합니다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카메라 속에서 입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만개(滿開)의 사유, 나미래>
아들과 또다시 일본 여행을 즐기고 왔습니다. 아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이번 여행까지 5번 정도 일본을 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일본 여행이 자연스러워진 모양새긴 합니다.
지금까지 동경 근교를 다녀와서인지 오사카, 교토로 향한 발걸음이 조금 더 두근거렸다고 할까요. 교토는 특히 그렇습니다. 12년 전쯤일 겁니다. 오사카에 있는 일본인 친구의 안내로 오사카 시내와 교토를 돌았던 기억이 생생하더군요. 이번 여행은 모자뿐만이 아니라 큰언니와 조카와 함께여서 단체 활동에 마인드를 전환시켜야 했지요.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글로 하나씩 풀겠습니다.) 교토와 오사카 인근의 벚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일주일 후가 딱 적기였겠구나 하며, 일행은 서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벚꽃을 집에 돌아가 화병에 꽂아두자는 아들의 말이 나온 걸 보면 어느 정도의 기분이었을지 상상이 들겠지요.
그래도 기다리는 봄이 있어 좋았습니다. 설렘이 있어 좋았습니다. 꽃이 활짝 피지 못한 것은 주변 환경뿐만이 아닌 아들과의 여행 시간에서도 그 관계가, 침묵이, 잔소리가, 힘듬이 간간히 드러나긴 했습니다만, 어쨌건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또 성장의 시간을 안겨준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