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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Apr 14. 2017

詩벚꽃 정원_나미래

꽃비가 내린, 꽃눈이 쌓인, 경주 불국사 벚꽃공원에서

경주 불국사 정문 벚꽃 공원에는 꽃눈이 쌓여 있었다.


바람 언덕에

꽃눈이 쌓였습니다

눈 언덕 위에서는

햇살 바람이 꽃을 건드립니다

꽃눈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됩니다

분홍 봄물을 올리고

꽃비가 되었습니다

한 잎 날아

다시 오르는 꽃비 속에

보챌 수 없는

아쉬움의 향내를 읽습니다

잔 이슬 맞고

꽃잎은 누웠습니다

뿌리 등에 올라타 일어나려 합니다

그네가 된

흔들의자 가지 위에

날아 올라

다시 몸을 펼칩니다

첫 발걸음에

생경한 꽃잎들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벚꽃 정원을

오도카니 서성거립니다

고목의 수액에

정을 옮기고

푸른 잎 간질거려

다시 눈을 뜨려 돌아갑니다.


<벚꽃 정원_경주 불국사 벚꽃 공원에서, 나미래>




불국사 경내, 타종에도 벚꽃이 기대 있다.


벚꽃이 꽃잎을 떨구는 날은

다른 꽃들이 앞다투어 자리싸움을

하는 시기와 맞물렸네요.


책 읽는 모임에 나가야 할 아침은

몸에서 경주를 다녀오라 하는

대답으로 채워 넣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정에

버스와 기차 시간을 알아보아도

매진 좌석뿐이더군요.

역시나 달려가는 차 시간만큼

단축시킬 수 없었습니다.


하루의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겠죠.

등교를 하는 아이에겐

엄마의 마음이 가는 꽃놀이 지역을

넌지시 말을 건넸지만,

남편에게는 사전에 알릴 시간이 없었네요.


분명 '미.쳤.다.'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기에

그렇지만,

늦은 시간 귀가를 예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과 두근거림이 있었네요.

처음부터 야단맞고 시작하는 것보다는

잠시 조용함을 택했습니다.


벚꽃 정원에서는

숨 쉴 틈이 없이 꽃잎 비가, 눈이 날렸습니다.

비이다가,

쌓이는 것을 보니 분명 꽃눈이었습니다.



연인들이,

가족들이,

식구들이,

벚꽃이 살갗을 내미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생채기의 그 긴 겨울도

꽃잎의 무성한 자리싸움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어요.

푸른 싹을 기다리며

여름을 기다리고, 가을을 기다려 가겠죠.


불국사 정문 앞에

왕겹벚꽃을 보러 떠났던

잠깐의 틈이

제가 주었던 틈새를

조금 아쉽게 만들긴 했어요.


많은 꽃잎들이 떨구는 옆 자리에

낮게 몸통을 세운 꽃잎이 버들가지가 되었어요.

튼튼한 가지가 땅으로 고개를

뻗은 모습 또한 애잔했다고나 할까요.


가는 시간의 이동과

돌아다니며 앉아 있는 시간의 합과

올라가는 시간의 이동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시간.


제가 홀로 느낀 틈을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불국사 자하문을 배경으로.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3층 석탑을 만나기 위해 들어서며.
불국사 정문에서 아직도 때를 기다리는 선홍빛 왕겹벚꽃.


*참고로, 말 못 하고 떠난 경주행은 고속도로의 통행료 미납 건으로 바로 뒷날 남편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크나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이 조금 황당했을 것 같긴 했죠. 지근거리도 아니고, 300킬로 가까이 되는 곳이닌깐요. 그렇게 늦지 않은 저녁에 도착했기에, 따로 물어보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가려던 찰나는 오래가지 못했네요. 통행료 미납 요금을 납부하려다 경주에서 조회되는 요금에 크나큰 의심을 품고 그곳 직원과 싸우려 했던 일화를 남편이 들려주더군요. '우리 집 차는 작년에 경주를 갔지 어제는 아니다.'가 싸움의 전초가 될려던 참이었다 하더군요. "말을 하고 가지, 하마터면, 싸울 뻔했잖아!"라고요. 그 관계자의 황당한 눈빛이 아른거려집니다. 지면으로 통해 남편을 대신해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남편! 앞으로는 말하고 가겠습니다. '미.쳤.다.'고만 하지 말아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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