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이야기_고흥 거금도, 이름 없는 고즈넉한 해변에서
몽돌이 얼굴을 내밀었다
모래 텃밭 위로 봉긋 솟아올라
봄바람이 기웃거리는 소리를 엿듣고 있다
놀고 있는 파도가 달려왔다
틈이 없는 모래 정원에 누워 있었니
돌 등 위에서 놀음하는 햇살 웃음 들린다
얼굴 붉힌 바다의 아침나절
윤슬의 꼬리가 흔들리니
바다에 물길 수를 놓는 고기 떼 정원이 된다
파도는 달리는 동안에도 숨을 고른다
바윗돌을 만나 바다 소식 전하니
외로움을 받는 큰 버팀목으로 살아간다
늘어지는 태양의 외줄기 사랑
파도 바람 몰고 와 잡아먹힌 몽돌들은
그들의 공원에서 구덕구덕 몸을 말린다
27번 국도의 마지막 거금도 오천,
남도의 끝 비밀의 바다정원
몽돌 씨앗이 모래 텃밭에 묻히고 있다
눈에 담은 풍경을 내려놓는다
돌아서기 주춤거리는
고향 딸의 발걸음은
틈을 낸 흔적이 되었다.
<거금도의 비밀 정원, 나미래>
현재는
몽돌 해변, 공룡알 해변으로 불리고 있지만
오래전 이곳은 '모래 바닥'이었다.
태풍이 오면 모래를 끌고 가버린 탓에 커다란 몽돌이 몸통을 살찌우고(그래서 20년 전쯤부터 큰 몽돌을 공룡알로 비유했던 나와 친구들)
태풍이 오지 않으면 모래가 살찌우는 곳.
그래서 풍년을 표현한 '모래바닥'은
원주민이 만들어낸 기록의 산물일지니.
흉년의 아픔을 견딘 사람들은
풍년의 기쁨을 이 바다를 보며 짐작했을 것이다.
'모래 바닥'
이 멋진
이름이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담아낸
많은 사람들도
자연과 함께 더 많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지길 소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