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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y 17. 2017

#5월의 결혼

나미래의 人이야기_5월에 결혼하셨나요? 5월엔 결혼하시나요?


  5월에 네가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리고 싶다. 5월을 자연에게 돌려주고 싶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이름의 수식어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잠시 11년 전, 5월의 신부가 되었던 너의 그때를 더듬게 된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5월은 변함없이 사계절 중에서 어느 계절보다 화려한 꽃을 피워대고 있다. 신록을 향해 더욱 푸르게 하라 외쳐대는 생명들의 날갯짓이 한없이 밝아 보이기까지 한다. 너는 계절의 여왕 뒤에 숨어 알 수 없었던 '가족의 달'이라는 5월의 다른 이름을 보았다. 무엇보다 결혼 후 엮어진 새로운 ‘가족 관계’ 속의 일원들을 알아봐 줘야 하는 달이었던 것이다. 시댁의 많은 눈들을 따라 논리가 통하지 않는 5월. 우리 부부가 결혼한 달의 의미는 사라져 갔다. 많은 해 전부터 달력에 수를 놓았던 빨간 날은 태어난 아이의 달이 되었으며, 조카의 날이 되었고, 다른 가족들의 달, 부모들의 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더 많이 알지 못했다.    

  5월의 ‘May’는 ‘Hermes의 어머니’인 ‘Maia’에서 시작된 어원이라 한다. 그래서 5월이 어버이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농경 사회에서는 화창한 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 칭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문에 동서양에서는 5월에 들어서면 다양한 여러 행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농작물이 잘 성장하도록 병충해를 막는 행사가 행해졌다고 한다. 또한 5월의 신랑과 신부를 뽑아 마을을 돌게 했다고 한다. 이런 유래가 작금의 5월의 문화축제, 계절의 여왕 5월, 5월의 여신, 5월의 신부라는 이름을 생성해 낸 것으로 예상된다.

  5월은 아름다운 꽃들이 색감을 마음껏 전한다. 그러한 꽃들이 지기 전에, 더위가 찾아오는 6월 전에, 5월의 신부가 되길 원하는 것은 서양에서 전해진 미신 문화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너도 그 미신의 힘을 받고 5월의 신부가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고 재생하며, 활기찬 힘을 전하는 봄의 의미를 5월에 전부 담았는지 모른다. 행사가 많은 5월에 예약 잡기 힘든 예식장을 굳이 잡아보겠다고! 5월의 신부가 되어보겠다고! 했던 것은 5월의 많은 일정 속에 두 사람의 자리를 넣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미 가족을 이루고 이미 마음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많은 지인들을 너의 결혼식에 초대해 버리고 말았다.  

  5월에 결혼한 이후, 결혼기념일 전에 맞는 어버이날은 친정 부모에게 카네이션 하나 챙기지 못하고 넘겨버린 여러 날을 기억하게 했다. 기뻐야 할 마음보단 애잔함으로 잔잔하게 주변을 깨운다. 오랜 시간 유학생활로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 너는 네 부모를 생각하며 지냈던 5월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시간과 일에 쫓겨 달려 다녔고, 친구들과의 모임에 따라나섰으며, 역마살과 살아남은 여행으로 세상을 떠돌았다. 결국 ‘나만 잘났다 살아남은 날’을 후회하게 해 주었다. 남편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 시댁과의 식사 모임을, 시어머니를 먼저 챙기는 동안 친정 부모는 다시 생각과 마음과 다르게 먼저가 되지 못하는 달이 되어버리고 만다. 너희 부부의 결혼기념일도 다른 행사에 기를 빼앗기며 함께 잊혀 간다. 가끔 감정싸움도 시작되는 5월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많이 지나왔던 어린이날도 그렇다. 연휴가 그렇다. 피곤에 찌들어 있는 아이의 아빠를 일으켜 세우기란 여간 쉽지 않은 5월의 다른 행사 중 하나다. 출장 많은 남자의 5월은 전쟁과의 선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여행을 하는 것으로 어린이날 선물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말을 하며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이는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부모가 된 이후부턴 부부의 시간보다 아이에게 쏠림현상이 훨씬 많아지고 있었음을, 그 관심의 대상은 아이였다는 것을, 너의 아이도 성장하며 알아갈 것이다. 5월이 더욱 그렇다. 5월은 아이의 학교 교내 행사도 많아지고 있으며, 바깥 야외활동으로 어린아이를 챙겨야 할 일이 더 많은 5월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이젠 10년 전, 결혼기념일 무렵에 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너의 의지와 관계없이 5월이 빛나는 것은 5월에 만나는 많은 사람들, 주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5월이 너무 아쉬워 앞마당 정문에 11주년 결혼기념일을 대신하며 장미꽃을 심었다.  



   

마당을 좋아하는 글쟁이 아줌마의 넋두리가 오늘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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