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와 人이야기_마당에서 살아남은 검붉은 찔레꽃 이야기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았어
그 집 앞 사거리
사람들이 다치는 소리가 들리곤 했지
베란다에 숨어 있던 내게도
숨넘어갈 사연이 몇 번 있었지
난쟁이로 만들었던 화원 사장은
화분채 어떤 여자에게 나를 넘겼어
나의 새 주인이 되어 준 그 여자 곁으로 왔지
뿌리는 구멍을 탈출하는데
물을 애타게 기다리는데
뿌리 머리를 잘라도
물과 틈새 바람에 취해도
늘어진 햇빛이 나를 계속 따라다녀 못살게 했어
뜨거운 사랑도 나를 지치게 했지
이사를 간다고 했어 마당이 있대
나는 조용히 찬성을 했어
나를 버리지 않을 여주인을 아니까
바깥양반 목숨 걸고 반대하는 이사
귀를 열고 베란다에 숨어들어 엿들었어
이혼이라는 말이 날아다녔지
이해와 배려라는 것을 나도 할 줄 알아
그렇지만 작은 나의 집에서 살기 싫었어
몇 개의 내 다리는 맨 몸으로 허공을 휘젓고 있었어
가시에 바람이 부딪혀도 다리가 아파오지 않아
역시 그래도 나를 버리지 않은 주인과 이사 차를 탔지
찬 서리 쌓인 마당 곁에 내 집 자리를 마련했어
잎이 뜯겨도 몸 한 곳에 숨통이 트였지
거친 마당의 잠자리는 익숙해졌어
어떻게 봄을 맞이했을까
몇 가닥 살아남은 머리는 내게 흑빛을 잊지 않게 했어
다시 꽃을 피울 자리는 하얀 이부자리가 덮여 있는 곳
씨앗 내려 새싹 올린 자식들이 함께 라네
비바람엔 등을 기대고
검붉은 색감 올려 관심받고
오가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는
때론 그들의 홀로 된 감정을 위로하며
우리 가족 이렇게 그냥 조용히 살아남자.
<흑찔레꽃 사연_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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