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11. 2017

잔디에 물을 주며_나미래

詩와 마당 이야기_동탄 타운하우스 마당에서 생각을 힐링합니다


어제 소나기 발길 흔적 없다

흔적 줍는 생각만 남았다

물을 뿌려야 하나

햇살이 자리를 넘본다

날마다 물을 내리는 것도 정성이다

잔디 곁에 뿌리의 길 찾아온

야생화도 목이 마르겠지

그래 다시 물을 주고 만다

잔디에 물을 주며 오늘을 생각한다

넓은 꽃잎 떨군 작약은

무슨 생각으로 여름을 맞을까

숨 넘길 짙은 더위를 준비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굵은 물 바람 옆으로 달아나도

잔디가 받아주어 감사하다

하루를 더 먹을수록

감나무에선 감꽃이 머리수를 비운다

올해는 기대하지 말라 말하는 것 같다

물을 주고 수업 준비를 해야지

월급 금액 짧아도 화사함이 전부인 시간

바른 한국말로 부드러운 물을 주는 것과 같네

물을 주고 며칠 서랍 안에 넣어둔

시 한 편을 퇴고해야겠다

생각을 깎아내리며 시어를 찾기도 한다

마음에 잦은 뿌리가 생긴 날은

글이 더디고 말이 무거워진다

누구 때문일까? 

고집불통과 꼰대의 대명사

아재가 되어가는 남편에게 물을 뿌리고 싶다

물을 주고 책을 읽어야지

읽어지려나? 하고 싶은 일만 많다

울타리에 걸친 몇 개의 바람과

몇 스푼의 물안개가 잡생각을 알아준다

무지개가 되어주는 물길을 내려

뱉어 놓은 집안의 잔소리는 흘려보내고 싶다


<잔디에 물을 주며, 나미래>





 8개월 퍼그 견생에서 생에 거의 전부를

마당과 함께 하는 녀석이다.

어른들의 세계의 집 걱정은

필요 없지!



재작년 겨울에 만난

엉성했던 마당은 기다림의

 자연 시간을 누리고

푸르게 눈의 즐거움을 준다.


나비가 날고,

꿀벌이 날고,

말벌이 날고,

향기가 날고,

꽃잎이 보이고,

지렁이가 풀밭에 살고,

굼벵이도 보이고,


그러나 가끔

방심한 틈새로 들어와

말벌이 집을 지어도

새가 둥지를 틀어도

쥐가 구멍 난 어딘가로 들어와도

참새가 가던 길을 잃고 집안으로 들어와도

아악.

몇 초 소리 지르고 놀라면 된다.

진심을 다해 놀라게 된다.

장점이 많은 집이라  <뭐, 그래도>

라며 긍정성을 보이고,

잘 살아야 하는 집이니 말이다.

오래 살아도

티 안나는 집안일만 있는 게 아닌

정원의 변화가 티가 나니 즐거운 집.

거리가 될 거라.


단점은 시행사라며?!!


동탄 에이힐스

작가의 이전글 나미래 '바람이 오가는 얼기설기 돌담 앞......'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