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에이힐스 골목을 바라보는 울타리의 시선을 읽는다
몇몇 동네 아이들을 제주가 데려갔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는
이제 생활 밀착형 놀이문화가 되었다
눈과 입으로 오가던 어른들과 아이들의
인사는 울타리 사이에 환청이 되어 넘어와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담 낮은 울타리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서
손톱 크기 안개꽃을 피어냈다
가을에 씨를 뿌려 월동한 가지들 몇 개
4월의 봄 햇살과 시작한 씨앗 몇 개
작은 꽃잎 앞에 온 몸을 공손히 바치니
소나기가 날리듯 울부짖는 나뭇잎 바람은
꽃향기 위에서 자세를 낮춰 사뿐히 걷고 있을 뿐
무리 지어 꽃양귀비도 꽃물을 올렸다
키가 크지 않은 것은 주인 잘못이 아니야
모두들 똑같이 될 수는 없는 거라고 말했다
잎을 살랑거리다 여린 가지도
힘이 되는 어깨를 만나고 말았다
벌꿀은 햇살이 놀음하는 꽃가지 위에서
그네를 타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조용한 틈새가 어색해 옆집과 앞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소리가 날지 않아
적막한 거리의 시간도 울타리는 기다렸다
하얀 주름 안고 하늘을 나는 찔레꽃도
맘껏 가시 목청을 올려도 아이들이 어렵지 않다
이제 다른 사물들이 담을 아낀다
울타리 사이 여름이 왔다
<울타리 사이, 나미래>
동탄 에이힐스 타운하우스에 이제
여름의 진한 기운이 엄습했다.
장마가 기다려지는 것도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