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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23. 2017

꽃양귀비의 뜰_나미래

詩와 마당 이야기_에이힐스 타운하우스에서 만난 꽃들


 



<꽃양귀비, 나미래>


양귀비가 비단 꽃을 달고

들바람에 고개를 올린다

목이 타는 몸을 품고 도홧빛 내어준  

흙의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롯이 오늘을 느끼며 살고 마는

꽃잎 하나 손마디에 올려놓는다

말할 기회 엿보지 못한

그들의 길에 위로를 보낸다

하루를 다 담지 못한 생경함에

연방 다른 꽃술에 옮아 붙고

가뭄 바람에 날개 달아

나비를 뒤쫓아 제 몸 어디론가 흩어진다

동이 난 강바람과 바람난 꽃잎

땅거미 내린 하늘을 품에 안고

밤이슬을 피해 내일로 걷는다






<뜰안의 꽃양귀비, 나미래>


중국 당나라 현종의 황후의 이름은 양귀비

하늘이 내려준 절색 미인과 비교를 당했더구나

늘어진 목을 타고 꽃잎은 하루의 그네를 타고

팔랑팔랑 나비가 되어 하늘을 오르고 말지

미인박명(美人薄命)은 그래서 너를 닮아버렸구나

매운바람이 몸에 스치려거든 뿌리내리게 하는 거야

잿빛 구름을 송송 뚫어 얇은 뺨에 눈을 맞고,

긴 겨울의 노을을 이고 밤을 지새워하지

팔등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사계(四季)를 만나야 한다지

붉은 입술은 아침 햇살 그림자 따라 부풀어 오르고

입마개를 떨구니 실크빛 주름진 종이꽃이 되더라

어스름에 꽃잎 날개 하나 떨어트리고

빛이 달아난 곳을 향해 등을 돌린다

아침나절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어놓으니  

헤어짐엔 그래도 아쉬움이 덜하네

약속하지 않아도 다시 찾아올 그날을 알기에




<2017년 4월 20일 파종 후, 6월 23일 안개꽃 사이 개화 중인 꽃양귀비(개양귀비) 모습>
<2017년 4월 20일 파종, 6월 20일 개화 모습>




동탄2신도시 에이힐스 타운하우스,

우리 집 작은 마당에서는

6월의 꽃들이 한창 물을 올리고 있다.


4월 20일에 첫 파종 후,

60여 일 만에 꽃을 피어낸 녀석이

무척이나 여리게 하늘거려

아름다움 뒤에 애잔하기까지 하다.


꽃양귀비는 아편과의 양귀비에서 개량되어

꽃양귀비, 개양귀비로 불리며

근래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작년에 수원 화성 근처 꽃밭에서 받아온

안개꽃과 꽃양귀비, 수레국화 씨를

한꺼번에 뿌린 것이 이들을 덜 크게 만든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채종을 할 때만 해도 단색의 꽃양귀비로 기억되었는데

여러 빛깔로 나누어져 피어내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관상용 꽃양귀비의 파종 방법에 따라

개화시기가 조금 달라진다.

첫 번째, 찬바람이 드는 가을 무렵에 씨를 뿌려

겨울을 넘기게 하여 5월에 꽃을 보는 방법이 그 하나이며,

두 번째, 3월과 4월에 씨를 뿌려 6-7월에

꽃을 보는 방법이다.


척박한 땅에서

더욱 척박하게 자리를 잡아 키를 키워보지도 못하고

꽃을 피어내는 녀석들이 그래도

너무나 앙증맞고 색감이 고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다.

토속적인 한지의 느낌이 살아난듯한데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은 꽃잎에 아쉬움을 담아본다.

하루를 넘지 못하고 지는 꽃잎 앞에서

조금 더, 조금만 더,

내 곁에서, 우리 마당에서 있어주기를

바라보지만 미련을 두지 않는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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