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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17. 2017

장마_나미래

2017년 여름, 밤마다 귀신처럼 나타난 폭우 장마를 잊지 못할 것 같다


2017년 7월 초에 시작된 장마.

낮에는 조신하게 개어있다 밤만 되면 나타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마.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더 많이 내리는 장마철을 특히 좋아하는데

일상에서 집이라는 사물이 피해를 입게 되니

비라는 녀석이, 장마라는 녀석이

무겁게, 무섭게, 느껴진다.






너는 하늘을 뚫고 자유가 된다

어느 길 위에서 제대로 몸을 풀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밤마다 별을 따라 달을 따라 길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너

제가 내려야 할 시간의 약속은 이미 잊어버리고

달이 지나간 자리를 지키는 별들은

무거운 구름 속에 몸을 감추고 말았다

흙에 기대 잘려나간 잎들에겐 쑥쑥 키를 키우고

물 한 모금 더 품기 위해 애걸하는

농부들의 긴 한숨을, 뜨거운 땀을 식혀주기도 한다

숨 막히는 햇살에게 잠시 결투를 신청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네가 지나간 자리에 생경함을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밤이슬처럼 몰래 내리고 달아나지 못해서 너도 애가 탄다

어디서 시작한 지 모르는 그 깊은 울음만 남기고

힘은 몇 배로 불려 땅을 뚫어버렸다

바람이 지나다 잠시 불러 세우니 모른 척 고개를 돌린다

바람은 너에게 버림받고 너는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있다

까다로운 날씨 취향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에게

뒷북치며 굵은 힘으로 우쭐대는 너를 본다 깊은 밤에

그나마 너를 향한 정 깊은 감성은 오래도록 지키고 싶었다

너의 사나운 발걸음으로 우리 집의 허물을 알게 해주기 전까지

천장을 놀이터 삼아 물길을 찾아낸 건 너의 희생 덕분이라며.


<장마, 나미래>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우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전날 저녁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 소리에 깊은 밤에 빠져들지 못했다.

비 내리는 밤은 이유 없이 즐겁다.


푸른 잎으로 나무들은 제 옷을 더 바꿔 입고 있는데,

식물들에겐 더욱더 생경함을 전해주는

장마의 끝자락이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영상을 돌리던 나는

집 천장으로 번지던 장마의 꼬리를

황망하게 눈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비에 대한 애정 깊은 아쉬움은 여기까지다.


물이 새는 광경은

그 옛날 흙집에서 살던 때의 기억을

잠시 소환시켜 주었다.

부모가 집을 지키려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 부부가 오래전 부모의 그 모습과 닮아 있다.


2층의 테라스 중정에 방수 처리가 완벽하지 못한 탓이었다고 한다. 아! 오! 통제라. 아직까지  타운하우스는 시행사나 시공사가 단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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