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와 마당 이야기_여름에 피는 부레옥잠 꽃은 열기에 단단하다
움직이지 않고 피는 꽃을 보았다
차가운 바람에 옴질옴질 몸을 떨면서도
열대야를 즐기는 줄기는 곧게 아침을 맞았으랴
소리 없이 피는 꽃을 보았다
하루만 입는 옷감 안에 은행잎 하나 수놓고
꽃잎은 하늘에 걸쳐놓고 부푼 잎은 햇빛 물에 흩어지네
물이 깊지 않아도 살아난 뿌리를 보았다
물 바람 냄새를 맡고 서로가 자리를 내어준
하루살이 부레옥잠 꽃잎을 받아낸 호젓한 수반
<하루살이 꽃잎, 나미래>
추위에 약하고, 여름 더위에 강한 녀석이란다. 하늘하늘 꽃잎이 마치 나비 날개 같다.
소박한 흰 바탕의 꽃잎 색감이 전체를 감싸고 보랏빛과 노란색을 뿌려놓은 듯한 부레옥잠의 꽃잎이 신기하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집에서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던 물 부레옥잠 꽃을 보게 된 것이 참 묘하다. 하루만 피고 진다니 그나마 내가 집에 있을 때 이렇게 귀한 꽃을 맺혀주어 감사하기까지 하다. 나무를 죽이고 놀고 있는 화분으로 수반을 만들어 자리를 옮겨 놓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초록과 하얀, 그리고 보라와 노란색의 작은 은행잎 같은 귀한 꽃잎 하나하나가 눈을 흐뭇하게 한다.
물 부레옥잠의 꽃이 피는 시기는 7-8월이라고 하는데, 8월이 오기 전에 이렇게 화려한 자태를 보여준다. 다른 녀석들도 이제 서서히 고개를 들려나. 궁금해지는 탐색 시간이다.
죽어가는 물배추도 함께 초록을 띄고 있다. 함께 해서 살아남은 즐거움을 자연과 함께 누리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좁은 수반에서 호젓한 여름밤을 지키며 잘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오후 8시가 넘는 시간, 얼굴을 가까이하고 바라보니 부레옥잠의 꽃대를 바라보았다. 벌써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 만에 꽃잎을 접고 있었다. 꼭 꽃양귀비의 모습을 보는 것과 흡사 비슷했다. 화려한 꽃잎의 향연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보든 말든, 기다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기는 듯하다. 부레옥잠의 꽃말은 '승리'와 '흔들린 기억'이라는데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하루에 피었다 지는 꽃잎을 보며 아련하게 밀려드는 그림움 따위를 소환시키는, 그리고 더위를 밟고 서는 화려한 꽃잎 앞에 나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미래 시인의
詩와 마당 이야기는
만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계속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