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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Nov 10. 2017

가을의 오름과 능선과 제주도

잡학박사 아들과 함께,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 산굼부리의 가을을 느끼다





<백약이오름과의 만남, 최지산과 나미래 시인>



자동차 내비는

숨이 가쁘도록

우리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가을을 열매 맺은

도로를 따라가며

백약이오름을 찾아가라네


하늘로 놓인

계단은 키가 자랐다

말이 사라졌다

힘도 사라졌다


구름과 만난 능선

발 아래 밟혀

백가지 약초를

만나지 못한 가을의 속내


오름의 굴렁쇠를

벗어나지 못하며

그 풍경에

몸이 낮아졌다







백약이오름을 찾아가는 사이,

잠시 길을 헤맸다.

잡학박사 아들과 나는

가을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억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오르지 않는

한적한 농노에 차를 멈췄다.  

도로로 삐쳐 나온

억새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하늘로 달려가는 계단은

조금, 그렇게 길지 않게

숨 가쁨을 안겨줬다.


아참,

JTBC에서 방영한 <효리네민박>에서

이효리, 이상순, 아이유가

올랐던 그 오름, 그 계단이었구나!

방송이 끝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는데

방송에서의 추억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야생화를 눈에 살피고 싶었던지라

어떤 약초가 아직 가을 햇살을 이고

살아있는지가 궁금했던 터였다.

유명인들의 이야기는 잠시 기억 속에 사라졌다.


효리네민박 때문이 아니라

원래 유명했던 오름이라고 하니

역시 찾기를 잘했다.

  



향유는 밝은

보랏빛을 내보이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담한 녀석들이

백약이오름을

지금의 가을을 지배하고 있었다.



엉겅퀴의 보랏빛이 선명했다.

그러고 보니, 백약이오름에 남아 있는

약초 또는 야생화들은 죄다 보랏빛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갯쑥부쟁이를 이곳에서도 만났다.



백약이 오름에서 만난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



향유의 소담스러운 모습이 반짝반짝거린다.



섬잔대라는 어여쁜 종 모양의

약초 야생화네요.



백약이 오름의 능선에서 바라본 제주도 동쪽 모습.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아부 오름에 대해서 안내판 사진을 찍고

10분 만에 그냥 올라갔다

바로 내려온 최초의 오름이 되어 주었다.


잡학박사 아드님은

셀카로 찍었을 때 글자가 반대로 나온 현상을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내가

더 이해하고 다시 나와야겠다.



이번 가을의 제주여행은

제주도의 열린 박물관을 찾고 싶었다.

그런 염원 속에

자연 곁에서 서성일 수 있었다.

특히, 오름이 그 대상의

첫 번째 기획 속으로

순조롭게 들어왔다.


가을의 진정한 아름다운

억새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산굼부리'를 들리기도 했지만

갇혀 있는 정비된 억새풀의

제한된 모습은

얼마 후 조금 일찍 식상해지고 있었다.

가격대비 그 가치를 따지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비슷비슷하게 오버랩되는

가을의 제주도 오름 여행.

그렇지만,

자연의 냄새를 향유할 수 있었던

오름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큰 선물을 받았다 생각하련다.

성장하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여행에 큰 의미를 두게 된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언어를 구상하며 문장을 만든  

'백약이 오름과 만남'이라는 시를 함께 지어내기에 이르렀다.



2017년 11월 8일~11월 11일(2일째)

제주여행, 오름여행

백약이 오름, 아부 오름, 산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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