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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Nov 11. 2017

즐거움의 오르막 성산일출봉

잡학박사 아들과 함께 하는 제주도 동부권 여행 바닷가 풍경 일번지

제주여행에서 일정에 넣지 않았던 성산일출봉을 다시 한번 오르자고 아들은 나를 계속해서 조금씩 볶아대고 있었다.  





<위로, 나미래>


아들은 신발을 벗기 위해 푸른 언덕 계단을 올랐다

성산일출봉! 180미터를 오르면 발이 간질거린다

바다에 허리를 누운 덕분으로 머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바람이 발가락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빠져나가지 못했던 이유 때문이다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정의를 다시 물었지

저녁이면 살아나는

녹색과 빨간 불빛의 궁금증을 다시 오물거렸

죽을 것 같이 덤벼드는 바다 때문이래

잡학박사의 부드러운 설명이  

바다 위에 남겨진 사연들에 위로를 보냈다

다그치는 바람에 옷을 날리고 싶었대

늘어난 주름살이 화석이 되는 외로움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대







성산일출봉의

푸른 잔디는 겨울 이후의

영양분을 받아들이기 위해

잠시 숨을 거두고 있었다.




여전히 너른 분화구는 장엄함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을 걷고 싶었으나

입산금지로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주었다.

12월 25일 날 입산금지

해제가 되는 것을 알고
신발을 벗고 땅을 몸에 붙이며
아들과 손을 잡고 내려왔다.



성산일출봉에서도

이렇게 갯쑥부쟁이가 푸른 언덕을

지배했던 모양이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가을 야생화

갯쑥부쟁이와의 만남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여전히 우리들은 셀카를 흔들며

즐거워했다.



지난 2월에 이 유채꽃 밭을 지나며

천 원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났던 곳이었다.

내년 봄을 위해 이렇게 미리

키를 키운 것인지 궁금했다.

어린 유채들이 꽃을 품어내는 모습.

분명히 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예쁘게 커서

이른 봄,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려 생장을 시작했겠지.

그러고 보면

개화가 유독 빠르긴 했다.

섭지코지에서는 이제 씨앗이 올라와 있었는데

이곳은 분명 애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도로에서 가을에 유채꽃의

봄을 낚은 것 같아

나름 뿌듯했던 오후였다.




광치기 해변을 옆에 두고

숙소로 직행하기에 조금은

아쉬운 제주여행이다.



파래의 옷을 입고 있어

미끌미끌한 갯바위에 올라

고둥을 잡는다 아들은 진지한 탐색전을 펼쳤다.



오름을 향해 발을 혹사시켰던

이 하루는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을 마주하며

휴식을 취하고,

손에 든 책에 책장을 넘기는

여유를 맛보기도 했다.



2017년 11월 8일~11일, 제주도 여행

2일째,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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