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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Oct 24. 2016

#15엄마와 함께 쓰는 여행일기

나미래의 여행이야기_설악산 단풍여행과 체험학습보고서의 관계


체험학습을 내고 여행을 가면 아이가 생각하는 여행의 기록이 남아서 좋다. 이건 심연에서 올라오는 엄마의 마음이다. 매번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 느낌을 일기로 남겨 놓을 것을 바라보지만 아이는 엄마 마음과는 다르게 저 멀리 가 있다. 가끔 여행지에 앉아 시를 쓰거나 느낌을 메모로 짧게 남기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몇 개의 시를 여행지에서 스스로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또 과제로 연결되는 체험학습 보고서는 내가 아들의 나이였어도 부담스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정보를 먼저 살짝 언급하자면, ‘주말에 여행을 가면 되지 굳이 하루 쉬거나 이틀 쉬면서 체험학습 보고서를 쓰는 것은 무언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남긴 터였다. 그 아이 말도 맞다. 그렇기에 체험학습을 내지 않고 여행을 가게 되면 일기로 남기거나 시로 꼭 남겨보자는 말은 입 밖으로도 내지 않는다. 지금까지 스스로 하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지 않겠는가. 수개월 전부터 일요일에 외국인을 가르치는 토픽 한국어 강의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말여행은 토요일 하루로 한정되었다. 그렇게 해서 장거리가 될 경우, 일요일 오후 봉사활동이 끝나면 그때 출발하여 월요일이나 화요일을 이용해보자는 것이었다. 아이도 체험학습 보고서는 쓰게 될지라도 조금은 불편한 여행에 동의를 해 주었다. 체험학습 보고서를 쓰더라도 설악산의 단풍여행은 꼭 가고 싶다는 아이의 의지가 확고했었다. 아이가 가고 싶다면서 체험학습을 낸 것은 거의 처음이지 싶다. 그렇게 해서 남긴 글이 아래에 올린 아이의 글이 되었다. 읽어보니 시간 순서별로 적어가는 기행일기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구성을 한 아이의 시선에 즐겁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아들은 원했던 여행을, 즐거웠던 여행을, 본인이 원했던 여행을 다시 상기시키며 기분 좋게 쓴 흔적이 느껴졌다. 아이의 글을 읽고 사소한 지적에 들어가려 하니 벌써 얼굴을 찡그리며 ‘엄마, 그만!’이라는 말을 뱉어낸다. ‘음, 그래. 아이의 언어 표현력만 살펴보는 것으로 하자.’라고 결정한다.   

   

이렇게 열심히 쓴 아이에게 글자 간격이 너무 붙어서 제대로 글을 표현하지 못한 것에 심한 지적을 했다. 몇 번을 지적을 주어도 나아지지 않는 아이에게 짜증이 났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그 순간 조금 더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에게 더 이해하도록 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내게 남는다. 매번 반복되는 엄마의 태도에 대한 생각이다. 나도 바꿔야 산다. 아이가 좀 더 크기 전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정식으로 전공한 엄마의 눈에서, 그리고 문장을 만들고 새로운 어휘에 관심이 많아 사전을 품고 사는 초보 작가 엄마가 바라보는 아들의 글을 조금 지적과 칭찬을 해 보고 싶다. >

 

    


나는 설악산 단풍여행을 갔다.

지난주에 오대산 단풍여행을 갔다 왔지만, 다시 한번 단풍을 보고 싶어 이번엔 설악산 단풍여행을 갔다. 나는 수학 경시대회가 끝나고 내정중학교에서 4시간을 달려서 설악동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9시에 도착해서 밥집이 있나 했었는데, 문을 연 집이 한 군데 있었다. 우리는 그 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먹었다. 밤 10시에 밥을 다 먹은 엄마와 나는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설악동’이라는 정확한 지명을 기억하고 글 속에 표현을 한 것을 칭찬하고 싶다. 첫날과 둘째 날의 경계가 되는 어휘를 삽입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            


다음 날 아침, 드디어 단풍 구경을 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엄마와 나는 숙소를 떠나 설악산으로 향했다. 엄마와 나는 설악산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으로 케이블카 매표소로 향했다. 왜냐하면, 옛날에 아빠랑 왔을 때 케이블카가 매진이 되어 못 탔기 때문이다. 나는 케이블카가 매진이 안 되어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케이블카를 3시간 후에 타는 2시 거를 예약했다. 나는 처음에 엄마가 왜 3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타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 말을 들어보니 엄마한텐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 계획은 바로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비룡폭포를 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비룡폭포까지는 3㎞였는데, 엄마는 왕복 6㎞를 2시간 동안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난이도 하코스를 지나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나뭇잎을 주워가자는 말을 잊은 채, 단풍을 신나게 봤다. 그렇게 다시 돌아설 때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게 내려온 뒤 케이블카를 탔다.        


(‘날의 아침이 밝았다.’ 흔한 표현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써놓은 표현으로 보자면 고급스러워 보였다. ‘왜냐하면’도 얼마 전까지도 ‘왜냐면’으로 회화체로 쓰더니 정확히 고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시간, 거리의 표현들이 숫자로 참 묘사가 잘 되었다. ‘말을 잊은 채’라는 고급 어휘도 써내는 것을 보면 어휘 표현에 단계의 수준이 담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다시 돌아설 때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 녀석은 돌아섬에 늘 아쉬움이 많음을 무언가로든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글 속의 문장으로 표현을 해 주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느끼지 못했기에. )         


권금성에 가서는 맨발로 돌을 걸어보기도 했다. 권금성에서는 울산바위가 보였다. 내가 5살 때, 아빠랑 갔던 곳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계령 휴게소를 갔었는데, 한계령 휴게소는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보이는 곳이었다. 거기에서 한 아저씨가 “학생”이라 하며 사진을 부탁했다. 다른 사람이 학생으로 부르는 것을 처음 듣고 놀라셨다고 엄마는 말했다. 여행은 평일이었는데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가을은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권금성에 올라 신발을 벗었던 것은 신선했다. 아들이 먼저 신발을 벗자고 내게 제안을 했다. 나도 벗었다. 같이 벗으면서도 나는 또 잔소리를 해댔다. ‘신발 벗으면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걸어라.’ 그렇지만, 아들은 신발이 미끄러워서 벗어야 한다는 말을 내게 전했다. 신발을 벗고 걸었던 것에 대한 느낌과 이유가 조금 더 자세하게 묘사되면 어땠을까. 그리고 권금성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이 조금 미흡하다는 것이다. 아직 어리니 자세한 설명을 풀어내기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 ‘권금성’은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고려시대의 산성이다. ‘설악 산성’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성벽은 남아 있지 않고 그 터만 남아 있다. 권 씨와 김 씨의 두 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난리를 피하였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이 있다. ‘학생’이라 불렀다는 이야기, 여행은 평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하나하나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써 내려가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구성될 것 같다. 월요일이었지만, 학생들이 많은 여행에 참여하고 있어, 엄마가 된 나로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어머, 체험학습 내고 왔나 봐.’하면서. )


써 놓은 글씨 때문에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용은 좋았으나 글자를 심하게 붙여 썼던 것에.

화장실에 들어가 울고 있는 녀석이 있는 곳까지 왔다 갔다 하는 우리 집 강아지. 아이가 울고 있으니 자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지. 정말 무엇을 아는 것 같이 야단을 치고 있을 때면 내 무릎을 긁으며 무언가 신호를 보낸다. 책상에 다리를 올려본 것은 설정이지만, 이 작은 동물에게서 짠한 감동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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