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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이 담은 것

불국사 단풍이 책갈피가 되어준 사연은 시가 되었다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가을이 담은 것, 나미래>



가을 한줌 데리고 온 사람이 있었다


불국사 정원에 내린 아픈 낙엽을 손에 들고


흔들린 하늘을 잡고 대신 아파준 사람


멀찍이 돌아가는 그 여름의 태양빛을 그리워하다


불콰해진 심줄이 토함산 바람 길에 비척거리고 말았다


책 속의 문장은 입체 활자가 되어 가슴을 흔들고


묵은 인연은 마음속으로 들어와 입 꼬리를 건드렸다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닌 가을 물을 들게 하는 것을 알아버렸다


가을이 사람을 담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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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 홍사용문학관에서 2년 여 정도 인연이 된

노 선생님!


우리들은 서로서로 책을 바꿔가며

읽기를 즐겨하기도 하는데,

책을 반납하면서

이렇게 불콰한 단풍을

책갈피에 넣어주었다.


불국사에서 주운 단풍의 사연을 듣다

시의 문장을 엮기에 바빴다.


단풍을 주우려다 미끄러져서

10초 정도 빙 도는

하늘을 쳐다보았다는 선생님.

남편, 사부님께 야단을 맞으셨다고!

귀엽고, 슬프고, 웃긴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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