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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Nov 21. 2017

설(雪)이 되고 싶었던 '서리'

2017년 11월 21일, 소설보다 작은 하루


 <2017년 11월 21일>  서리와 엉킨 이끼들에겐 푸르름이 돋보인다.






<서리, 나미래>


키우지 못한 가을에

잎새가 되어주려나


피우지 못한 꽃잎에

눈꽃이 되어주었네


흰 살의
능선이 되려나 했더니


설(雪)이 까칠하게

밤길을 헤맸다






<2017년 11월 21일> 밥상의 채소가 되어줄 상추는 된서리를 먼저 맞았다.


<2017년 11월 21일> 이렇게 조금씩 또 너의 자손들을 걱정하며 떨구겠지.


<2017년 11월 21일> 올해는 꼭 나의 반찬이 되어줘. 죽지 말고 시금치야.


<2017년 11월 21일> 아직도 가지에 대롱대롱. 애기사과 힘을 내. 우리 계속 같이 있자.


<2017년 11월 21일> 야생화 꽃다지의 월동 잎들도 외롭다. 외로워.


<2017년 11월 21일> 야생화 꽃뱀무, 너도 머리를 숙였구나.


<2017년 11월 21일> 백리향의 머리에서 하얀 서리꽃이 내렸다. 백리향의 보라빛 꽃보다 더 멋스러운 자태를 보여주네.


<2017년 11월 21일> 사랑스런 용담. 늦가을에 집에 왔는데, 나와 함께 겨울을 보내게 됐다. 잘 부탁해. 내년 봄의 푸릇함을 기억할거야.


<2017년 11월 21일> 분홍찔레꽃의 잎새도 작고 앙증맞다.


 <2017년 11월 21일> 히어리꽃은 져버린 지 오래지만 잎사귀가 참 멋스럽다. 굵게 맺힌 저 물방울이 왠지 서럽다. 무엇이 되려고 했던걸까.




 2017년 11월 21일,

소설을 하루 앞둔 아침은
이렇게 하얀 속살을 드러낸

서리 군단(?), 설(雪) 군단(?)이

마당과 정원 집을

얌전한 발걸음으로

고상한 모습을 하고

찾아왔습니다.


동탄에이힐스에서 사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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